미얀마 대통령 만난 MB “유무상 원조 늘리겠다” … 양국 정상 4시간여 회동
경제개발 노하우 공유 약속… 北과 군사교류 중단 기대
《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미얀마를 전격 방문했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의 방문 당시 북한이 자행했던 아웅산 묘역 폭탄테러 사건 이후 29년 만이다. 고립과 독재를 벗어던지고 개방과 자유의 길을 선택한 미얀마의 앞날에 동반자가 될 뜻을 전달하는 역사적 방문으로 여겨진다. 이 대통령은 15일에는 민주화의 영웅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다.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을 북한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대통령궁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민주화와 경제개발이라는 저개발국의 양대 과제를 풀어가는 문제를 논의했다. 2차례의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을 포함해 두 정상은 4시간을 함께 보냈다.
4성 장군 출신인 세인 대통령은 군부가 2선으로 물러나는 ‘절반의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난해 첫 민선 대통령으로 당선된 인물이다. 이후 정치범 석방 및 유엔 감시하의 선거라는 부분적 민주화 조치를 단행해 이 대통령과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방문할 토대를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무상 원조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한국은 미얀마의 국책 경제연구소 설립과 한국식 새마을운동 보급을 적극 도우며 한국의 경험을 전수하기로 했다. 또 두 정상은 천연가스와 구리 등 미얀마의 자원 개발과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미얀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가 채 풀리지 않은 만큼 당장 본격적인 투자는 어렵지만 민주화 진척에 따라 경제협력 기회가 클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얀마 정부가 북한산 단거리 미사일과 소총을 구입하는 등 북한과 해온 군사교류를 중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2000년대 중반 북한의 핵프로그램 도입을 비밀리에 추진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29년 만이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 방문 당시 북한의 아웅산 묘역 폭탄테러로 수행원 17명이 사망하고, 미얀마 군부가 1990년대 이후 친북한 노선을 강화하면서 한국에는 금단의 땅으로 간주돼 오다 2007년 국교가 정상화됐다.
북한이 4월 이후 극도의 호전성을 보이면서 이번 방문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방문 사실을 담은 첫 언론 보도가 이 대통령의 전용기가 중국 베이징을 떠난 뒤 나왔고, 서울에서 방탄차량을 직접 공수해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1개월 전부터 북한대사관의 움직임을 한미 양국이 면밀히 관찰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5일에는 네피도에서 450km 떨어진 옛 수도 양곤으로 이동해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다. 199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여사는 3차례에 걸친 15년 동안의 가택연금이 지난해 11월 끝나면서 올 4월 실시된 선거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아웅산 묘역의 주인공이 ‘미얀마 건국의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으로, 아웅산 장군의 딸이 바로 수치 여사다. 회동 뒤에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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