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문제를 제외한다면 북한과 협상할 대목은 몇 가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과 협상해 비핵화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재직 시절 북한 핵 6자회담 대표로 2005년 9·19 공동성명 합의에 관여한 윌리엄 토비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53)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의 효용성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이후의 핵 테러 및 확산 방지 문제 강연을 위해 방한한 그는 “9·19 공동성명이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는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두 차례의 핵실험 등 일련의 행동으로 북한이 신뢰할 수 없는 협상 상대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달 초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아직은 잠잠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토비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라며 “북한 핵실험은 군사적 과학적 판단에 따라 그 시기가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라는 목표 달성에 가장 적합한 (핵실험)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는 실패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실패해도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에 실패 자체도 미사일 프로그램 진척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미 하원 군사위원회의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결의는 북한과 중국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 신뢰성 담보 차원에서 의원들이 거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현재 핵무기가 배치된 곳에서도 충분히 한반도에 확장억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토비 연구원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은 다섯 가지 이유에서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고 있다”며 “중국이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요인은 △미국이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더 가까워지게 만들고 △주한미군 주둔을 장기화하며 △중국에도 영향을 미칠 미사일방어(MD) 체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확장억지 강화로 이어지며 △천안함 연평도 사건처럼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게 도와준다는 의미의 심리학 용어인 ‘조력자(enabler)’를 거론하며 “현재 베이징은 북한을 감싸고 변명하는 ‘파괴적인 조력자’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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