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분신 사태까지 발생한 통합진보당의 내홍으로 이들과 4·11총선에서 연대했던 민주통합당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당내에선 야권연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넘어 조기 단절론과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통진당에 대한 여론이 극히 나빠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통진당과 손잡고 12월 대통령선거를 치르면 그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16일 당 정치개혁모임 초청간담회에서 “통진당 사태에서 국민들이 진보 그 자체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며 “진보당도 이를 계기로 스스로 쇄신하고 새 길로 나아가서 우리 국민이 중심되고 함께 잘사는 공동체 사회를 이뤄나가는 데 파트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대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연대, 이런 문제가 너무 일찍 제기된 것 같다”며 시간을 두고 검토할 뜻을 보였다.
야권연대 자체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강기정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진보당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있는데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이뤄졌는데 원칙이 있는 야권연대였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통진당과) 같이 손을 잡고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야권연대 사례를 보면 민주당이 잘못할 때 민주노동당은 날카롭게 세게 지적했다”며 통진당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을 주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총선 전 통진당과의 야권연대 경선지역 범위를 놓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2, 3월에 이미 통진당의 심각한 내부 갈등을 감지했다는 말도 있다. 민주당이 당시 작성했던 통진당 관련 내부 보고서에는 경기동부연합, 좌파(PD계열), 국민참여당 등 통진당의 계파 현황과 계파 갈등까지 자세하게 기록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 지도부가 통진당 당권파의 패권주의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승리만 고려해서 야권연대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당 안팎에선 “한명숙 전 대표는 어떻게 이런 세력과 무작정 손을 잡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때 통진당과 한솥밥을 먹었던 강상구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부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로 진보진영을 상징하는 통진당이 새누리당과 민주당보다 더 비민주적인 것처럼 비쳐 유감”이라며 “통진당 당권파의 문화는 후진적이다. 제도정당에 기대하는 국민의 수준이 높아졌는데 이번 사태에서 그에 합당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 부대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잘한다는 건 아니지만, 이들 정당은 적어도 문제가 터지면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였다”고도 했다. 그는 당권파의 패권주의에 반발해 2008년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뒤 진보신당에 합류했으나 지난해 통진당 출범에 참여하지 않았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서 “당권파를 정리하지 못하면 민주당에선 야권연대를 파기할 것”이라며 “쇄신이 실패할 경우 대선도 어려워질 것이다. 일단 진보·개혁의 모럴(도덕성)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데다 야권연대 역시 불가능해질 테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말 대선이라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야권연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해찬 상임고문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2002년 대선 때에도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나중에 파기했지만 단일화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져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것 아니냐”며 “(지지자들의) 마음을 모아낼 수 있는 연대, 이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야권연대는 이대로 유지될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예. 그런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당선자도 PBC라디오에서 “통진당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가 범야권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계시고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대선에서 범야권 후보가 하나로 정의돼서 새누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만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야권연대는 공당 간에 맺어진 약속인데 특정 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해서 파기한다는 것은 신의를 지키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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