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 ‘절반의 성공’
“부정 경선-단일화 여론조작, 폭력사태 등 모든 의혹 수사”
통진당 “정치사찰” 강력 반발
검찰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비례대표 투·개표 기록이 담긴 하드디스크와 서버 기록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20만 명에 이르는 당원명부는 확보했다. 통진당은 부정 경선의 단서와 증거를 삭제하고 빼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당의 심장’이라며 사수했던 당원명부는 검찰의 손에 넘기게 됐다. 검찰과 통진당이 ‘장군멍군’을 주고받은 셈이다.
임정혁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서버 등을 기초로 부정 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야권 단일화 관련 여론 조작 의혹 등 최근 통진당에서 불거진 모든 의혹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은 21일 통진당 서버관리 업체인 서울 금천구 가산동 스마일서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당원명부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 3대를 확보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온라인투표 관리업체인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엑스인터넷 압수수색에서는 투·개표 기록 등이 담긴 하드디스크가 통진당 측에 넘어가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빚어진 통진당 당원들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도 “채증 자료를 철저히 분석해 가담자 전원을 끝까지 색출하겠다”며 엄단 방침을 분명히 했다. 22일 새벽 압수수색 과정에서 통진당 일부 당원과 지지자들이 압수물을 가지고 돌아가는 차량 앞에 누워 진행을 막고 차량 유리창을 깨부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검찰은 통진당 핵심 인사들의 각종 금품 관련 의혹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통진당 안팎에서는 이정희 전 공동대표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노조로부터 일감을 싹쓸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CNP전략그룹 설립자 이석기 당선자 등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진당은 “가장 우려했던 당원명부 유출이 현실화됐다”며 충격에 빠졌다. 당원명부에는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12년 동안 입·탈당한 20만 명이 넘는 당원 기록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활동 당원은 13만 명 선이다. 당원 중에는 법으로 정당 가입이 금지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소속 공무원과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소속 교사 등 ‘비밀 당원’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 시절에는 이들을 ‘당우(黨友)’라는 이름으로 특별 관리했다. 이들의 신원이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검찰이 다른 수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
통진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당권파인 김선동 의원, 김미희 오병윤 당선자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맹비난했다. 강 위원장 등은 “제3당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헌정 파괴행위다. 정당의 당원명부를 탈취한 것은 명백한 정치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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