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의원에 親이해찬 300명 배정… 공정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전당대회 당일 투표권 행사
김한길 “특정인 유리한 룰 결정”… 당 관계자 “당헌-당규 따른 것”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지역순회 대의원 투표가 초접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친(親)이해찬 성향의 시민단체에 대의원을 대거 배정하기로 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총괄본부장인 윤호중 사무총장은 24일 “민주통합당 출범 당시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 중에서 전국적 대중조직인 ‘국민의명령 100만민란’에 200명, ‘내가꿈꾸는나라’에 100명, 한국노총에 2300명 등 총 2600명의 정책대의원을 할당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책대의원은 다음 달 9일 전당대회 당일에 현장투표를 한다.

정책대의원은 올 초 민주당과 한국노총, ‘혁신과통합’ 등 당 바깥의 사회단체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도입됐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정책대의원은 전체 대의원의 최대 30%(약 5400명)까지 둘 수 있다.

한국노총 몫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국민의명령과 내가꿈꾸는나라 몫으로 배정된 300명을 두고는 잡음이 많다. 국민의명령은 문성근 전 대표대행이 야권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들었고, 친노(친노무현) 색채가 뚜렷한 단체다. 내가꿈꾸는나라는 김기식 당선자가 주도한다. 문 전 대행과 김 당선자는 이해찬 후보가 대표인 혁신과통합 출신이고, 이들 두 단체는 혁신과통합에 가입돼 있다. 이 후보의 외곽 지원단체나 다름없는 셈이다.

경선이 김한길-이해찬 후보 간 초박빙으로 펼쳐지는 상황에서 600표(1인 2표)는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규모다. 김 후보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김 후보는 24일 “경선 도중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룰이 정해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대의원, 당원, 국민을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두 단체와 특정 후보 간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며 “당헌·당규, 통합정신에 의해 정책대의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게 전대준비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 후보와 가까운 친노 인사다. 이 후보 측 오종식 대변인도 “정책대의원은 당원들의 동의로 도입된 제도”라며 “이를 당권파의 꼼수라고 규정하는 것은 통합을 부정하고 당을 분열시키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당내에선 21일 부산 지역의 경선 시간대를 놓고도 뒷말이 많다. 부산 경선은 전국 순회경선 중 유일하게 오후 6시에 열렸다. 대의원 현장투표는 퇴근시간 이후인 오후 8시에 시작됐다. 오후 2시경 연설회와 투표가 실시되는 다른 지역과는 대조적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당의 주류라지만 친노그룹의 행태는 해도 너무한다”고 비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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