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오늘 고향서 대선 출마 선언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30일 03시 00분


19대 국회가 개원하는 30일, 정치권의 눈과 귀는 잠시 서울 여의도를 떠나 부산에 쏠릴 듯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이 이날 오후 부산대에서 특강을 갖고 4·11총선 후 처음으로 대선 출마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힐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강 주제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으로,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 학생들과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안 원장 측의 설명이다. 부산이 자신의 고향인 만큼 대선 출마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원장을 잘 아는 야권 관계자는 29일 “안 원장의 대선 준비가 구체화되고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특강에서 대선 출마의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대변인 격인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관련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면서도 “안 원장이 (대선 관련 등) 여러 질문지를 미리 받았고 어떤 것을 선택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답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선 몇 가지 이유로 ‘부산 특강’이 이전 강연과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안철수 대선 출마설’이 나온 지 6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번에도 출마 여부에 대해 “내게 주어지는 것”(4월 4일 경북대 특강)이란 식으로 얼버무렸다간 여론의 따가운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른바 ‘안철수 피로감’이다. 그의 참모들 사이에서도 “더 늦어지면 안 되는데…”라고 고민하는 소리가 들린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안 원장이 이제는 가부를 밝혀야 할 시기”라며 “더 늦어지면 여론이 봐줄 수 있는 ‘정치적 임계점’을 넘게 된다”고 지적했다.

4·11총선이 여당의 승리로 끝난 데다 통합진보당 사태 등 정치 지형이 총선 전과 달라진 것도 그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박근혜 단독 질주’ 구도가 고착화되기 전에 ‘안철수 바람’을 다시 일으키지 않으면 대선 행보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안 원장의 방문을 받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조순 전 부총리는 이날 라디오에서 “사명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생각해 대선에 나오는 것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총선 전 부친을 통해 ‘대한민국에 빨갱이가 어디 있습니까?’라는 발언이 공개된 만큼 안 원장이 이날 강연에서 통진당 당권파의 종북 의혹에 대한 견해를 밝힐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에도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안 원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놓고 비판을 자제해 왔지만 이젠 그 가능성의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9일 취임 직후 “안 원장의 성향이 새누리당과 비슷하다”며 영입 가능성까지 내비쳤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최근 안 원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유 전 춘추관장을 영입한 것도 한 이유다. 새누리당에선 “안 원장 본인은 중도 성향일지 모르지만 결국 안 원장을 둘러싼 세력은 좌파 아니냐. 대선 레이스를 함께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29일 “안 원장이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여부는 물론이고 주요 이슈마다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과 소신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또 서 총장은 “정치지도자는 이렇게 모호하게 국민을 상대로 게임해서는 안 된다. 명확한 자기 입장과 소신을 밝혀서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원장 영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별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이날 “전 세계에 대학교수가 대변인을 두는 경우는 없다. 곧 정치활동을 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어물쩍 넘어가는 ‘꼼수’식 정치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종북 주사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종북 주사파라는 바이러스에 과연 백신은 있는 것인지 밝히라”고 압박했다.

[채널A 영상] “안철수, 오늘 특강서 대선 출마 뉘앙스 풍길 수 있어”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안철수#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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