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금배지를 사고팔려 한 비례대표 후보들과 군소 정당 관계자들이 검찰에 고발됐다. 총선 때마다 되풀이돼 온 ‘공천헌금의 고질병’이 4·11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도진 것이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통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A 씨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3월 23일 중앙당에 특별당비 명목으로 5억 원을 입금했다. 이어 같은 달 24일에는 정통민주당 간부 B 씨에게 5억 원을 추가로 건넸다. A 씨는 4·11총선 직후 정통민주당이 비례대표 당선자를 내지 못하자 중앙당사를 찾아가 5억 원을 돌려받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임대업을 하는 A 씨가 1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9억3000만 원을 대출받았다”고 전했다.
A 씨는 민주통합당 지역구 예비후보였지만 공천을 받지 못하자 후보 등록 직전 탈당해 정통민주당에 입당했다. 정통민주당은 총선 직전인 3월 15일 민주당 낙천자들이 중심이 돼 창당했다.
새누리당의 공천을 희망했던 C 씨는 공천이 여의치 않자 3월 21일 미래연합에 입당했다. C 씨는 다음 날 미래연합의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되자 총선 직전인 4월 9일까지 4차례에 걸쳐 회삿돈 7억8000만 원을 포함해 모두 10억8000만 원을 특별당비 명목으로 미래연합에 건넸다. C 씨는 경북지역 중견기업 대표다. C 씨에게 특별당비를 요구한 미래연합 간부 D 씨도 검찰에 고발됐다.
공교롭게도 A 씨와 C 씨는 모두 비례대표 후보 공천 대가로 10억 원가량을 중앙당에 건네 정치권 안팎에선 ‘비례대표 공천=10억 원’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4·11총선에서 1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정통민주당과 미래연합은 모두 해산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서둘러 검찰에 고발했다”며 “앞으로 공천헌금과 관련해 더 많은 사람의 위법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고 밝혔다.
4년 전인 2008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낙천 인사들이 중심이 돼 창당한 미래희망연대의 서청원 전 대표가 특별당비 명목으로 32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010년 12월 가석방됐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도 당시 비례대표 후보에게 6억 원의 당채(黨債)를 연 1%의 저리로 발행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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