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상임위장 배분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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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법 안지키는 입법부 법정시한 오늘 開院 가물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난항을 거듭하면서 5일 예정된 전반기 국회의장 및 부의장 선출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원내지도부는 4일 통화로 짧은 의견교환을 했을 뿐 별다른 접촉은 없었다. 이들은 5일 오전 만나 상임위원장 배분 및 본회의 개최에 대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나 전망은 밝지 않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과 별개로 일단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 선출을 하자는 주장이다. 상임위원장 배분까지 마쳐야 ‘일하는 국회’ 체제를 온전히 갖추는 것이지만 국민의 시선을 감안해 일단 ‘반쪽 개원’이라도 하자는 얘기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양당이 본회의 소집요구서를 공동으로 제출했던 정신을 살려 오전 10시부터 본회의장에서 기다리겠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 타결 전에는 본회의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그렇게 (의장단만 선출해) 개원해도 식물국회가 된다”며 ‘원포인트’ 본회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국회 개원 법정기일에 맞추려면 (새누리당이) 결단만 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19대 국회가 법정기일 내 개원을 하지 못할 경우 장기공전에 빠져들 우려도 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당장 7월과 9월에 이뤄질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8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연되면서 ‘사법부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이나 4·11총선 당시 여야가 경쟁적으로 제안한 민생법안 이행도 요원해진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2주일째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18개 상임위원장 수 배분의 경우 당초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라 새누리당이 10개, 민주당이 8개 위원장직을 맡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시 전체 의석수에 따라 새누리당 9개, 민주당 8개, 비교섭단체 1개를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상임위원장을 맡을 것인가를 놓고 양측 의견은 더욱 팽팽하다. 민주당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정무위, 국토해양위 등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았던 3개 상임위원장 중 하나를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18대 국회에서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직을 민주당으로부터 넘겨받아야만 고려해볼 수 있다는 태도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법사위원장직을 여당 몫으로 돌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3개 상임위를 강하게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다. 문방위에선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과 최근 공영방송사 파업사태를 집중 파고들 수 있다. 정무위는 저축은행 사태를, 국토해양위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인천공항공사 매각 추진 등을 부각시킬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여권을 공격하기 좋은 이슈가 포진된 상임위들이다.

새누리당의 법사위원장 요구에 대해선 더욱 강경한 태도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려면 (차라리) 국회의장을 달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관례상 국회의장이 여당 몫인 만큼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라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전통적으로 여당이 위원장직을 맡아온 외교통상통일위나 국방위를 민주당에 넘길 용의가 있다는 뜻을 민주당에 전달했다. 새누리당은 “국가 안보의 문제는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막론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제안했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삼화저축은행 비리가 불거질까봐 정무위를 지키려고 대신 내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19대 국회는 시작부터 법을 어기는 오점을 남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기로에 섰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여야 상임위장#입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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