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갈등이 결국 ‘선거인단 확대안’으로 절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의 주류인 친박 진영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절대 불가’ 태도를 보이면서도 세부적인 경선 규칙은 일부 수정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현재 새누리당 당헌에 따르면 8월 21일(대통령 선거일 120일 전)까지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 국민 30% △여론조사 20% 비율로 대선 경선을 치러야 한다. 전체 선거인단 규모는 유권자의 0.5% 이상 구성하도록 돼 있다. 4·11총선 당시 전체 유권자는 4018만여 명. 이 중 0.5%면 20만 명가량이다. 이는 새누리당의 5·15전당대회 선거인단과 비슷한 규모다.
친박 진영은 선거인단 규모를 더 늘리거나 선거인단의 구성 비율을 조정해 일반 국민의 참여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타협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경선 룰의 큰 틀을 흔들지 않으면서 비박 진영의 반발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재오 의원은 4일 자신의 트위터에 “당 최고위원들이 국민 눈높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며 “정말 막가는구나”라고 적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인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대결단을 내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야가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선거인단을 늘려온 점도 친박계가 현재 룰을 그대로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민주통합당은 올해 1·15전당대회에서 모바일 투표를 처음 도입하면서 76만여 명의 선거인단을 꾸렸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는 그 규모를 더 늘릴 태세다.
1997년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선거인단이 1만2400여 명이었다. 이는 1992년 경선 때 선거인단 수보다 2배 늘어난 규모다. 2002년 민주당은 대선 경선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7만여 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2007년에는 대통합민주신당이 50만여 명, 한나라당이 23만여 명의 선거인단을 꾸려 각각 대선 경선을 치렀다.
비박 진영이 ‘2007년 전례’를 강조하는 점도 친박 진영에는 부담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은 오픈프라이머리로 9월에 경선을 하자고 주장하다 지지율 선두를 굳히자 ‘6월 실시-선거인단 30만 명 이상’을 주장하며 태도를 바꿨다. 이에 박 전 대표 측은 ‘(당시 당헌대로) 6월 실시-선거인단 5만 명’을 지키든지 9월 이후로 경선 시기를 늦추자고 버텼다. 이에 강재섭 당시 대표는 ‘8월 21일 실시-20만 명’이라는 중재안을 내 합의를 이끌었다.
여론조사의 질문 방식을 놓고 두 진영이 대립했을 때도 당시 강 대표는 중재안을 내 성사시켰다. 여론조사 반영비율 산정의 세부 조항을 놓고 충돌했을 때는 이 후보가 양보하기도 했다. 결국 경선을 성사시키기 위해 후보들 간 중재와 양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룰 고수’가 자칫 박 전 대표의 ‘일방독주’로 비칠 수 있는 점도 친박 진영의 고민이다.
정몽준 전 대표의 측근인 안효대 의원은 “선거인단 확대는 당연한 것이며 특히 수도권과 2040세대의 참여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 “이는 대선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와 이 의원, 김 지사 측은 6일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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