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에 이어 민주통합당으로 종북 논란이 번지면서 6일 현충일 추념식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대한민국의 초석이 된 애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고귀한 헌신에 다시 한번 고개 숙인다”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자원입대 젊은이가 늘었고 연평도 포격도발 때 해병 장병들이 맞서 싸운 사실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자들도 있지만 전쟁이 나면 최전선에서 싸우겠다는 젊은이의 비율도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높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철통같은 안보태세로 한반도 평화를 수호하고 어떠한 도발도 준엄하게 응징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통진당 김재연 의원이 밝힌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더라도) 맞불을 놓으면서 전쟁을 일으켜선 안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종북세력의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라디오연설에서 “북한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고 이달 5일에는 국가유공자 유족들을 만나 “대한민국을 부정하려는 세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이 대통령과 3부 요인, 국무위원, 전몰군경과 독립유공자 유족, 시민 등 80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강기갑 통진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오전 10시 전국에 일제히 울려 퍼진 사이렌 소리에 맞춰 1분간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기리는 묵념과 헌화·분향, 영상물 상영, 헌시 낭송, 추념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영령들의 이름을 부르는 롤콜(roll call) 행사 때는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에서 전사나 순직한 군인과 경찰관, 소방공무원 30여 명의 이름이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이날 국방부는 국립서울현충원 잔디광장에서 6·25전쟁 국군 전사자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유전자(DNA) 표본 채취 행사를 개최했다.
정치권은 이날 추모 논평을 통해 현충일의 뜻을 기리면서도 종북 논란과 관련한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트위터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고 대한민국의 번영이 있음을 되새긴다”며 “가장 큰 보답은 지켜주신 조국과 자유를 손상됨이 없이 지켜내고 더 발전시켜 후대에도 물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당 지도부에서 물러난 만큼 오전 추념식에는 황우여 대표가 참석했다. 박 전 위원장은 국회의원 개인 자격으로 방문해 일반인과 나란히 줄을 서서 참배 순서를 기다렸다.
민주당 신경민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순국선열과 민주열사들이 실현하고자 한 대한민국이 진정 무엇인지 깊이 자성하라”고 지적했다. 통진당 이정미 대변인은 당내 주사파 진영이 초래한 종북 논란을 의식한 듯 “통진당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존중한다”면서 “서로 다른 이념을 인정하지 못하고 함부로 정치공세에 활용하는 것은 자유주의도 아니고, 민주주의도 아니며, 자유민주주의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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