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이 재외국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이들이 좀 더 편리하게 선거인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7일 발의할 예정이다. 재외국민 투표율을 높이려는 새누리당과 이 법에 미온적인 민주통합당 모두 연말 대선 득실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어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 여당 “재외선거인 투표율 높여라”
재외국민 선거가 처음 실시된 4·11총선 결과 민주당이 더 많은 표를 가져갔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그 원인으로 국외부재자의 투표율이 높고 재외선거인의 투표율이 저조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투표 신청을 한 재외국민 12만4424명 중 국외부재자가 83.9%(10만4387명), 재외선거인이 16.1%(2만37명)로 국외부재자의 신청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외부재자는 국내에 주소지가 있는 사람들로 젊은 유학생이나 근로자가 많아 야당 성향이 강한 반면 국내에 주소지가 없고 해당국의 영주권을 갖고 있는 재외선거인은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고 보수 성향을 띠고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분석이다.
재외선거인의 등록 신청률이 저조했던 이유는 등록 및 투표의 번거로움 때문이다. 현행법상 국외부재자는 공관에 가지 않고 우편을 통해 신고할 수 있지만 재외선거인은 등록할 때 공관에 가야 한다. 즉 재외선거인이 참정권을 행사하려면 등록 때와 투표 때 두 번 공관에 가야 한다.
이 때문에 국외부재자 신고와 같이 공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재외선거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서 총장 법안의 핵심이다. 서 총장이 발의할 법안에는 △국외부재자 신고 및 재외선거인 등록 기간을 연장하고 △총선과 대선이 1년 이내에 연이어 실시되는 경우 대선 때는 별도로 등록하지 않아도 선관위가 변경 사항만 확인해 조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 선관위 “재외국민투표 순회 접수해야”
4·11총선 때 재외국민(223만여 명)의 실제 투표율은 2.5%(5만6456명)에 그쳤다. 총선 때 재외국민투표에 29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을 감안하면 한 표당 약 52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12월 대선 때 재외국민투표엔 306억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재외국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선관위는 재외선거인의 경우 현행 공관을 직접 방문하는 방법 외에 공관 직원들이 재외선거인이 거주하는 장소를 방문해 등록 신청을 받는 순회 접수를 제안했다. 공관에만 투표소를 설치하는 법을 개정해 투표자 수가 2만 명을 넘는 관할 안에는 별도로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파병군인과 대만 등 공관이 없는 국가의 재외국민에겐 제한적으로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안도 국회에 제의했다.
○ 대선 때 유권자 20% 투표해도…
총선 때 투표율은 2.5%로 저조했지만 대선 때는 이보다 투표율이 훨씬 더 올라갈 것이라는 게 선관위의 전망이다. 재외선거인의 경우 총선 때는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만 하는 반면 대선 때는 후보를 직접 선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열기가 뜨거울 가능성이 크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재외국민 유권자 223만 명 중 20%만 투표해도 45만 표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이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보다 57만 표가 많아 당선됐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재외국민의 투표율을 올리는 건 명분이 있고 대선 때부터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19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이슈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8대 때도 서 총장이 낸 법안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새누리당이 발의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개정에 실패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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