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사일 北전역에 닿도록 사거리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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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0일 19시 55분


도널드 만줄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공화·일리노이)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문제와 관련해 "북한 미사일은 세계의 절반에 도달하고 있는데 북한의 위험이 상존한 상황에서 한국 미사일이 북한 전역 어디에도 미칠 수 있도록 사거리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6일 열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동해 병기(倂記)를 주장해 한국에 힘을 실어준 그는 "역사적으로 본다면 동해라고 표현하는 게 옳다"며 거듭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를 주장했다. 10선 의원으로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는 그는 8일(현지시간) 오후 미 하원 레이번빌딩 2228호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과 한반도정책 등에 대해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동해 표기를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하자고 했는데….

"일본이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는 항상 동해로 불렸다. 이건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도를 작성하는 사람이 결정하는 지리적인 이슈다. 어떤 지구본이나 지도를 보면 일본해라고 써놓고 괄호 안에 '동해'라고 표시하고 있다.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하는 것이 이 문제를 쉽게 하고 양국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일본이 반대할 것 같다.

"두개의 이름으로 불린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는가. 그 바다는 한반도와 일본을 분리시키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동해라고 표현하는 게 옳다."

―의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있는가.

"의회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 결정할 문제다. 설령 이 문제를 논의할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기에는 이번 회기에선 시간이 별로 없다. 대선도 눈앞에 두고 있는데다 일본인들이 동해라고 하자고 할 경우 거세게 로비할 것으로 보여 미 의회에서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을 것이다."

―미국이 미사일이나 무인정찰기 등 첨단 무기를 한국에 파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방위 방어선을 넓히고 한반도를 보다 안전하게 하기 때문에 당연히 찬성한다. 한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인데도 아직까지 자체적으로 무인정찰기를 갖지 않은 것에 놀랐다. 하지만 한국이 자체적으로 무인정찰기를 생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문제가 한미 국방 당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 미사일은 지금 세계의 절반에 거의 도달하고 있다. 한국도 당연히 미사일이 더 많이 날아가도록 하고 싶을 것이다. 세계 강국으로 도약하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가 지금처럼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한 상황에서 북한 전역 어디에도 미칠 수 있도록 사거리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 사거리를 자체적으로 연장할 기술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연말 의회에서 한국전쟁 전쟁포로와 실종 군인 민간인 납북자 송환 촉구 결의안을 적극 지지했는데.

"한국 전쟁 후 수만 명의 한국 군인과 민간인, 그리고 4000~5000명의 미군들이 아직도 실종된 상태다. 실종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권리가 있다. 이번 방한 때 인천의 한 호텔에서 UN 기념공원의 큐레이터가 우리 부부에게 꽃을 건네줬다. 6·25 전쟁이 터졌을 때 그의 가족들은 모두 월남했는데 숙모에게는 남으로 간다는 얘기를 하지 못하고 왔다고 했다. 숙모가 살아있다면 지금 83세인데, 숙모의 생사 여부를 알고 어디서 사는지 아는 것이 인생의 간절한 꿈이라고 했다. 실종자를 찾는 것처럼 인도주의적 자세가 어디 있는가. 이는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문제다. 가족을 떨어지게 하고 전쟁포로를 돌려보내지 않는 것은 그만큼 북한정권이 허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 문제로 고통을 받았을까. 결국 북한이 결정할 문제인데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삼아야 한다."

―북한은 여전히 주민들의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하고 있다. 중국의 탈북자 송환문제를 어떻게 보나.

"중국은 어떤 난민도 원치 않는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은 탈북자 뿐 아니라 친인척까지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이런 개탄스런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을 때 나는 의회에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위원으로 일했다. 중국의 인권상황은 참으로 열악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가는 것은 어떤 나라도 북한보다 낫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북한에 강제송환 됐을 때 초래되는 가공할 만한 결과를 생각한다면 절대 북송돼서는 안 된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보나. 6자회담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북미 양자대화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원하고 있지만 미국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6자회담은 북한의 핵문제를 우려하는 국가들로 구성돼 있다. 절친한 친구인 크리스토퍼 힐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함께 이 문제를 놓고 많이 논의했다. 그동안 6자회담에서 별 성과가 없었지만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고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은 재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쿄를 방문중인 로버트 킹 국무부 대북인권특사가 당장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생각은 없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을 경우 식량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처럼 얘기했는데.

"북한은 식량을 지원해달라고 접시를 내밀면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식량 지원을 중단되곤 했다. 식량지원이 재개되기 위해선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주민들의 손에 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독재정권에게 식량을 주는 것은 안 된다. 식량이 주민들 손에 가는 것을 확인하고 북한 정권은 북한을 개방하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보나.

"3차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3차 핵실험을 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대화노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협정을 어기고 핵실험을 하는 북한과는 상대할 수 없다."

―북한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집권한지 이제 5개월쯤 됐나?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시키지 못했다. 가공할만한 인권 유린도 중단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방한 때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남아있었다. 단지 희망은 김정은이 젊고 깜깜한 북한 보다 서울의 휘황찬란한 불빛을 알 만큼 똑똑하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이 주민을 위한다면 오랜 독재정권을 유지할 게 아니라 한국의 번영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을 찬양하는 의원들이 국회에 입성했는데.

"충격적이었다. 이들은 북한의 가난을 옹호하고 인권 유린을 지지하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어떤 목소리도 허용하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한국에서 다수를 반영하는 목소리가 아니기를 바란다."

―한국 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한국에 불리한 조항이 많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금방 발효됐는데 재협상을 하겠다고? 미국에서도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일부 반대가 있었다. 중대한 문제의 경우 반대하는 목소리는 항상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초당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은 드물다. 나는 자유무역의 강력한 지지자로 법안 통과과정에서 찬성했다. 재협상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미FTA는 두 나라에 모두 이득이 되기 때문에 재협상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미관계가 지금 최상이라고 한다.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한가.

"한미동맹이 지금 최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세계의 강국으로 우뚝 섰기 때문에 공고한 한미동맹이 가능하다. 한국은 미국의 7번째 교역 파트너이고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다. 나는 10선을 의회에서 일하면서 주로 제조업 문제에 집중했다. 한국의 기계가 세계 각국에 수출되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내 고향인 일리노이주 록포드의 한 공장을 이번 주 초에 방문했다. 우리 사무실 절반만한 크기의 새 기계를 사장이 보여줬는데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돼 있었다, 그리곤 품질이 아주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어제 한미경제연구소(KEI) 30주년 행사에 참석했는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전시돼 있었다. 현대차는 시속 73마일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개발했다. 이런 제조기술이면 '세계의 파워'가 될 수 있다. 민간의 원자력발전 산업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프랑스와 일본이 사용 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재활용은 전기발전에서 생산되는 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고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핵연료 재활용을 허용하는 것은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성장하는 경제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한국의 재활용 요구에 반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미국과 한국에 모두 이득이다. 이것이 미국과 한국 제조업의 미래이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한미관계에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인가.

"한국과는 이미 아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롬니 후보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선진 현대기술로 핵연료 재사용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많은 미국 사람들이 이 문제에 반대하는데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한국이 재활용 능력을 갖춰선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의 뛰어난 제조업 기술과 안전에 대한 확고함, 한국인들의 개방성을 생각하면 자체적으로 재활용 기술을 갖춰도 전혀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의원들을 설득하기가 무척 어렵겠지만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는데 받은 인상은.

"한국 사회와 한국인들의 열정에 감동했다. 한국인들은 가족과 문화에 대한 지대한 사랑을 갖고 있었다. 오늘의 한국이 있을 수 있는 배경에는 지난 2세대의 근면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들이 희생했다. 오늘 한국인들을 보면 충분히 오늘의 번영을 누릴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한국민들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있다면.

"전쟁의 잿더미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희망의 상징으로 부상한 한국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의 근면이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한반도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남한의 도시는 불빛이 환하지만 북한은 어둠에 고립돼 있다. 한국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열심히 일하고 희생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항상 보살피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살이 숨쉬는 기관과 같은 것이다. 한미동맹이 없으면 미국은 번영할 수 없다. 미국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중국에 의해 지배되는 한반도를 생각해보라. 동해를 중국이 지배하고 불안전한 식품이 한국에 수입되는 것을 상상해보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물론 많이 남아 있다. 한국은 이제 일본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발전했다. 미국도 이를 인정할 때다."

―차기 KEI 소장에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미동맹을 증진시키는 일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다. KEI가 이런 동맹을 심화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문제나 취업비자(H1-B) 발급 확대 등 많은 현안들이 KEI 차원에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 그 자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은 없었다."

워싱턴=최영해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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