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12일 “민주당이 국민에게 수권정당이라는 신뢰를 주지 못하는 건 성장 담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고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개혁모임’ 초청 간담회에서 “당의 경제발전 비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부족하다”며 “복지와 경제민주화만 중시하고 경제발전과 성장을 후순위로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 성장과 선순환하는 복지, 성장을 위한 경제민주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핵심 방안으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모임엔 추미애 최고위원, 이용섭 정책위의장, 박병석 국회부의장 후보 등 민주당 의원 약 40명이 참석했다.
문 고문의 주장은 줄곧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좌클릭’해온 당 기조와 달라 주목된다. 대선 승리를 위해 친노(친노무현) 이미지에서 탈피해 중도층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 고문은 선거 캠프에도 친노 인사보다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평소 ‘권력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문 고문은 “내가 경쟁력이 가장 높다” “내가 후보로 나서야만 새누리당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이기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말을 거듭해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대통령의 눈으로 국정을 바라본 경험을 갖고 있다”며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해 국민의 처절한 심판을 겪었기에 당시 제대로 못한 민생,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간판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실이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정당 기반이 있는 내가 질 수가 없다”고 자신했다. 참석 의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선 “지금은 국민이 박 전 위원장에게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만 대선이 본격화되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 등 맨얼굴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고문은 “친노-비노(비노무현)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해 친노라고 지칭되는 사람들이 당대표 경선에서 얻은 교훈을 무겁게 되새겨야 한다”면서도 “정파나 계파로서 친노는 실체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자신이 친노 정치인으로 규정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날 문 고문은 둥그스름한 검은색 금속테 안경을 썼다. 요즘 문 고문은 이 안경과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 뿔테 안경을 번갈아 쓰며 ‘이미지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검은색의 얇은 금속테 안경은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세련된 느낌을, 붉은빛의 뿔테는 젊은층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문 고문은 17일 오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오후에 모교인 경희대 평화의광장에서 열리는 ‘스피치 콘서트’에 가족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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