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따로 만나 이야기를” 전화, DJ 참배모임 맞춰 화환도대북송금 특검후 갈라섰던 옛 민주계와 관계회복 나서
“문재인입니다. 따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 주말 민주통합당 권노갑 상임고문은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점심 초대 전화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 고문이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 좌장인 권 고문에게 ‘제휴’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전화였다. 문 고문은 당초 11일 점심을 제안했고 권 고문도 동의했으나, 이해찬 대표가 갑자기 ‘11일 상임고문단 오찬’을 제안하는 바람에 두 사람의 회동은 미뤄졌다.
노무현 정부 출범 원년인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을 승인하면서 노 전 대통령 측과 동교동계는 완전히 갈라섰다. 문 고문은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 대북송금 특검법의 법률적, 정무적 판단을 총괄했고 권 고문은 무기중개상 김영완 씨를 통해 현대그룹 돈 20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3년간 수감됐다가 특별사면(2007년)됐다. 그래서 문 고문이 권 고문에게 오찬을 제의한 것은 단순한 식사 자리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문 고문 주변에선 대선 출마를 앞둔 그가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과 옛 민주계와의 관계회복이 절실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문 고문으로선 ‘DJ 사람들’ 상당수가 같은 영남 주자인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돕고 있고, 호남에서 김 지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법하다. 문 고문은 2006년 사석에서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문 고문은 화요일인 12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 DJ 묘소 앞에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문재인’이란 리본이 붙은 화환을 놓아두기도 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이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DJ 묘소를 찾아 헌화하는 점을 겨냥한 구애작전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도 12일 DJ 묘소 앞에 ‘국회의원 조경태’란 리본이 달린 화환을 2개나 보냈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음을 몸으로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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