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6개 주요 정부 부처가 연말까지 세종시로 이전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 2월 새 대통령 취임 이후 예상되는 정부 조직개편에 올해 이전 대상 부처도 들어 있어 이러다간 ‘세종시 이전 2개월 만에 다시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세종시 이전 시기를 새 정부 출범 이후인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여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옛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의 부활을 시사하고 민주당이 과기부 부활과 정통부 격인 가칭 ‘정보미디어부’ 신설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여야가 앞다퉈 정부 조직개편 방안을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 조직개편 방향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세종시 이전을 앞둔 일부 부처 공무원은 이전 준비 대신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 향방에 따라 어떻게 하면 서울에 남을 수 있을지, 고유 업무를 뺏기지는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는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와 조세심판원 등 6개 소속기관이다. 이 가운데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정부 조직개편 대상에 재정부 국토부 농식품부가 포함돼 있다. 새 행정부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일부 부처는 세종시 이전 2개월 만에 다시 이삿짐을 꾸려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 “새 정부 조직개편 이후로 이전 미뤄야” 지적 ▼
정부는 일단 예비비 편성을 통해 1000억 원대로 예상되는 이 12개 기관의 이전비용 마련에 착수하는 등 이전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전할 부처 소속 공무원들의 마음은 딴 곳에 있다. 재정부가 대표적인 사례. 2008년 새로 출범한 재정부는 정부과천청사를 써온 재정경제부와 서울 반포동 현 공정거래위원회 청사를 이용하던 기획예산처가 합쳐지고, 금융정책 기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현 금융위원회로 떨어져 나간 조직이다.
‘족보’가 복잡한 만큼 새 정부의 개편방향에 따라 거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금융정책을 금융위로부터 넘겨받아 재정부 전체가 서울에 남을 수도, 경제수석 부처가 세종시를 개척해야 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선도 부처’ 논리대로 모두 세종시로 내려갈 수도 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는 해양부 부활 문제도 세종시 이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현 정부 들어 해양부가 폐지되면서 국토부와 농식품부가 해양부 업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영남 표심(票心)을 의식해서 해양부를 부활해 부산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일부는 과천에서 세종시로 옮긴 지 2개월 만에 부산으로 이사 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 2013년 말 이전 예정인 부처들도 마음이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교과부의 경우 전신인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 모두 지난 정부 때 세종시 이전 대상으로 확정됐지만 현 정부 들어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세종시에 가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세종시행을 꺼리는 일부 공무원이 국과위에 대거 지원한 가운데 새 조직개편에 따라 과기부가 부활되면 국과위는 물론 교과부의 세종시 이전 문제가 새롭게 논의될 수밖에 없다.
정통부 부활 논의는 과거 정통부 기능을 물려받은 지경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초미의 관심사다. 지경부는 세종시로, 방통위는 과천청사로 각각 이전하는데 정통부 부활이 확정되면 상황에 따라 지경부의 일부 조직이 방통위가 옮겨갈 과천에 둥지를 틀 수도 있다.
조직개편 시기에 맞춰 어떻게든 조직의 몸집을 키우려는 부처 간 경쟁과 어떻게든 서울에 남으려는 신경전이 맞물릴 경우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자칫 국가행정에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행정 혼란과 예산 낭비가 예상되는 만큼 대선 주자들이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구상을 분명하게 밝히고, 세종시 이전 시기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잠시 연기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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