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BBK편지 사주한 정치권 배후 없다” 결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신명 씨 형제가 작성 주체” 이달 발표… 정치권 논란일듯
신명 씨 “양 씨가 지시” 반박

검찰이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김경준 씨(46·수감 중)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이른바 ‘BBK 가짜 편지’ 사건과 관련해 ‘문제의 편지는 가짜 편지는 아니며 배후도 없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중희)는 이르면 이달 내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편지는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07년 12월 대선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에서 김경준 씨와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신경화 씨(54)가 김 씨에게 보낸 편지”라며 기획입국의 근거로 공개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편지에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큰집’이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로 해석되면서 김 씨가 모종의 대가를 받고 들어왔다는 기획입국설이 불거졌다.

기획입국설은 2008년 검찰 수사에서 ‘김경준 전 BBK 대표가 치밀한 사전계획 아래 정치권과 언론을 이용한 자작 사건’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후 편지를 실제 쓴 사람이 당초 알려진 신경화 씨가 아닌 동생 신명 씨로 드러나면서 가짜 편지 의혹이 불거졌고 김경준 씨 등 관련자들의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섰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는 편지가 ‘신명 씨(51)→양승덕 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59)→김병진 두원공대 총장(66·당시 이명박 후보 상임특보)→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1)→홍준표 전 새누리당 의원(58)’에게 전달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은 또 문제의 편지를 신명 씨가 실제로 써 작성 주체가 분명한 데다 편지 내용도 수감 기간을 줄이고 싶어 했던 당시 신경화 씨의 기대 상황에 부합하는 점 등을 들어 가짜 편지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명 씨가 형 신경화 씨의 말을 듣고 쓴 ‘대필 편지’일 수는 있어도 ‘조작해 만들어 낸 가짜’는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또 신명 씨가 주장한 배후설에 대해서도 ‘배후는 없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 씨는 현 정권의 여권 인사들을 배후로 거론해 왔다.

검찰의 잠정 결론에도 불구하고 편지 작성 경위와 관련해 작성자인 신명 씨와 전달자인 양승덕 실장의 주장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신 씨는 1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형에게 ‘큰집’ ‘작은집’이 싸우고 있는데 괜히 말려들지 말라고 얘기한 것을 양 실장에게 말했더니 양 실장이 어느 날 나에게 편지 원문을 타이핑해 와 베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 실장은 “(신 씨의 이야기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검찰 조사에서 이미 다 말했다”고 일축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BBK#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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