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종종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곤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친노(친노무현) 그룹의 간판 대선 주자로 탄생한 배경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문 고문은 1982년 처음 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사법시험(22회)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지만 유신반대 운동 경력 때문에 판사 임용에서 탈락한 그는 사시 동기인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소개로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법무법인 ‘부산’에서 한솥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후 부산변호사회 인권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부산·경남 변호사모임 대표 등 부산의 대표적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자 부산 선거대책본부장을 잠시 맡았고, 대선 후엔 노 전 대통령의 설득으로 청와대에 몸담았다. 노무현 정부 내내 문 고문은 대통령비서실장, 민정수석비서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등을 거치며 사실상 노 전 대통령과 임기 대부분을 함께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문 고문도 부산으로 돌아갔다. 잠시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그의 인생은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바뀐다. 그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고, ‘박근혜 대항마’를 찾던 야권은 서서히 그를 대선 주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문 고문은 지난해 4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각종 야권연대 과정에서 파열음이 날 때마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4·11총선에서는 부산 사상에서 당선되며 대선 도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문 고문은 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인연 등을 바탕으로 올 초부터 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규합해왔다. 이 중 지난달 창립한 ‘담쟁이포럼’이 문 고문의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이사장을,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연구위원장을 맡았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공지영 씨,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이재정 전 국민참여당 대표 등도 참여하고 있다.
문 고문의 자문그룹인 ‘지역미래포럼 준비위원회’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한림대 교수를 비롯해 변창흠(세종대) 박능후(경기대) 황호선(부경대) 김민배 교수(인하대) 등이 참여한다. 각 분야에선 문정인(연세대) 이은영(한국외국어대) 조명래(단국대) 조기숙 교수(이화여대) 등 노무현 정부에서 인연을 맺었던 중견 학자들도 돕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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