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국회’ 탓에… 大法1부 재판 스톱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대법관 4명 퇴임 D-20
여야 임명동의안 처리 감감… 헌재 공백도 1년 가까이 계속

헌정 사상 유례없는 대법관 4명의 공백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능환 박일환 안대희 전수안 대법관의 임기가 다음 달 10일 종료되지만 국회는 개원조차 하지 못해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는 난망하다.

법조계는 대법관 공석 사태 ‘카운트다운 D-20’에 들어갔다며 국회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17대 국회 때인 2004년 6월 야당인 한나라당은 원 구성도 되기 전에 19일간의 청문회를 거친 뒤 이해찬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줬다”면서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자신의 과거 이력에 비춰보더라도 의장과 부의장을 뽑는 것을 먼저 이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의장이 국회 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을 선임하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의장이 선출되지 않으면 인사청문특위도 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고영한 김병화 김신 김창석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이미 15일 국회로 넘어왔다. 그러나 여야는 아직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언론사파업에 대한 청문회를 개원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절대불가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국회 스스로도 국회의장과 부의장 ‘공백사태’를 겪고 있다.

판사 출신인 새누리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대법관 13명(법원행정처장 제외)으로 구성된 대법원이 1년간 처리하는 사건 수는 3만6964건이며, 4명이 공석이 되면 하루당 평균 33건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관 공백사태가 생기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의 대부분 사건은 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에서 처리되고 있는데, 1부의 경우 2명의 대법관이 퇴임하기 때문에 이 부에서의 재판이 불가능하게 된다. 법원조직법상 1개 부는 대법관 3명 이상 구성돼야 재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명씩 빠지는 2부와 3부도 대법관 3명이 남게 돼 부 운영은 가능하지만 대법원 사건 수를 고려하면 판결 지연으로 파행 운영이 예상된다. 또 법원 측은 “9명의 대법관으로 전원합의체를 구성해 재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전원합의체 운영 특성상 4명의 결원 상태에서 전원합의체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18대 국회에선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처리를 두고 여야가 기 싸움을 벌이다 올 2월 부결됐으며 이후 공백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헌재는 정치·사회적인 파장이 있는 주요 사건의 처리를 미뤄놓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국회#새누리당#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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