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통합진보당의 혁신파와 당권파가 21일 서울 관악구민회관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당권파의 지원을 받는 범울산연합 소속 강병기 전 경남도 부지사는 농민운동을 함께한 ‘30년 동지’로서 애틋함을 드러내면서도 당의 방향에 대해선 명확한 견해차를 보였다.
강 위원장은 “혁신하지 못한다면 (통진당과) 연대해봐야 표만 떨어진다는 게 현실정치의 냉정한 판단”이라며 혁신재창당위원회 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강 전 부지사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상처받고 찢긴 당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라며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당을 혁신하고 미래형 대중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혁신’에, 강 전 부지사는 ‘화합’에 강조점을 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 SBS 라디오에 함께 출연해 사퇴를 거부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 결정을 놓고도 대립했다. 강 위원장은 제명에 반대하는 강 전 부지사를 겨냥해 “전에는 이런 입장이 아니었는데 중간에 그분들(당권파)의 입장을 끌어안고 발표 내용을 수정했다”고 공격했다. 강 전 부지사는 “(비례대표 부정경선에 대한) 2차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 건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맞섰다.
통진당의 종북 논란을 놓고도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강 전 부지사는 “혁신비대위가 ‘새로나기특위’라는 공식기구를 꾸리고 종북 논쟁에 불을 지폈다. 진보정당의 근본적인 정체성이나 노선을 허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우리가 (보수 진영에)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 새롭게 정리해서 국민 앞에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새로나기특위는 18일 북한의 핵, 3대 세습,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당권파가 당을 재장악하면 야권연대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강 전 부지사 측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한 반면 강 위원장 측은 “야권 전체가 국민적 수준에서 통진당에 보내는 심각한 우려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21일 오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최고위원 후보 토론회’에서도 야권연대가 이슈였다. 당권파인 유선희 후보는 “야권연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당이 단결해야 한다. 당권파 척결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제명이 중단됐을 때 함께 힘을 모아 당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혁신파인 천호선 후보는 “지금 당의 모습이라면 어느 누가 연대에 나서겠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삶의 멘토’를 묻는 질문에서 유선희 후보는 “이석기 의원이 멘토”라며 “동지와 사람, 민족을 사랑하는 힘을 가르쳐 준 분”이라고 치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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