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빈손 특검’ 정치권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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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BBK등 실패의 연속… 결국 국민 혈세만 낭비
與野檢, 면피용으로 이용… 결과따라 책임소재 가려야

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사건이 여야 정치쟁점으로 비화하면서 22일 정치권에선 “결국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디도스 특검’이 성과 없이 끝나기가 무섭게 ‘명부 특검’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이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 의혹 특검, 대통령 사저 의혹 특검은 이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개원협상 테이블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정치권은 ‘특검 열풍’이다. 수차례 특검에서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지 않자 국민은 특검무용론을 외치고 있는 데 반해 정치권은 특검만능론에 빠져 있는 셈이다.

최근 몇 년만 보더라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 의혹, 스폰서 검사 의혹, 여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망에 대한 디도스 공격 의혹에 대한 특검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반면 특검 운영에 든 혈세는 ‘밑 빠진 특검에 물 붓기’다. 2005년 유전 의혹 특검의 경우 외부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40여 명이 17억 원의 예산을 썼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디도스 특검 역시 100여 명의 수사인력이 20억 원의 예산만 낭비한 채 앞선 검찰 수사 결과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역대 10번의 특검에서 수백억 원을 쓰고도 국민 손에 남은 건 별로 없었지만 특검은 여전히 여야 협상의 단골 메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여-야-검찰의 삼각 담합’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당직자는 “요즘은 특검을 부담스러워해야 할 여당도, 특검 수사 결과를 놓고 책임져야 할 야당도, 기소권을 넘겨주는 치욕을 느껴야 할 검찰도 특검을 좋아한다”며 “다들 ‘특검을 해봐야 나오는 거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면피용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정치적으로 이용 가치가 있다면 깜냥도 안 되는 사건을 특검으로 몰아가고, 여당은 의혹을 피하기 위해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검찰은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검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검을 해봐야 나올 게 없다는 인식 때문인지 이번 개원 협상에선 오히려 새누리당이 ‘사찰 특검’과 ‘사저 특검’을,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특검이 여야의 해방구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별수사통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는 현안이 생길 때마다 특검을 만들어 도피처로 활용했다”며 “앞으로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만 상설특검이 처음부터 맡아서 수사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적절한 입법에 대해 정치권이 엄격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여야가 만든 특검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그 의결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고 만약 성과가 나왔다면 검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단순 사건을 부풀려 예산만 축내는 특검 입법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에 대한 책임 소재를 엄격히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특검#빈손#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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