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땀 흘린만큼 보상받고 성공하는 나라”문재인 “盧전대통령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못해”김두관 “창조적 마음으로 국가 앞에 서고 싶다”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력 대선주자들의 책 출간도 잇따르고 있다. ‘정치적 자서전’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는 것은 정치권의 관행이다. 대개 자서전의 시작은 자신의 정치적 탄생에 대한 ‘고해성사’이고 끝은 국정 운영의 비전을 밝히는 ‘출마 선언문’이다.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자서전에 드러나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 ‘대통령의 딸’ ‘키다리 아저씨’ ‘배고픈 시골아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근래 직접 쓴 책은 2007년 펴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뿐이다. 17대 대선 경선 직전이었다. 5년이 흘렀지만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는 여전히 ‘필독서’다. 박 전 위원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도 권한다. 그의 정치철학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서전은 ‘청와대, 마당 넓은 집’으로 시작한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로 이사하던 날에 대한 기억이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에 대한 선언으로 ‘박정희의 딸’이라는 공격에도 아버지를 부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묻어 난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박 전 위원장은 청와대에 대해 “엄청나게 큰 마당에 압도되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위원장이 책 말미에 던진 정치적 비전은 현재의 ‘국민이 행복한 나라’와 일맥상통한다. 조카 세현(동생 지만 씨의 아들)이 태어난 날을 떠올리며 “이 땅의 모든 어린이, 젊은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원하는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땀 흘린 만큼 보상받는 나라”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풍요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의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은 자신을 ‘재벌 2세’로 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안부대로부터의 고문, ROTC 훈련, 외로웠던 유학생 시절 얘기도 꺼낸다. 자서전 말미엔 그가 내세우는 복지 구상인 ‘서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주는 사회’가 처음 제시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6월 ‘김문수 스토리 청(靑)’을 출간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이었지만 푸른색 글씨의 ‘청(靑)’을 강조한 표지 디자인이 청와대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책에서 김 지사는 ‘몰락한 양반가의 배고픈 시골아이’ ‘공장 노동자가 된 명문대생’으로 묘사된다. ‘서민경쟁’에서만큼은 자신이 원조라는 것이다.
○ ‘노무현 동업자’ ‘비욘드 노무현’… 안철수, 다음 달 출간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22일 ‘광주전남 경청투어’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운명, 그 책이 지금까지 온 출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권에서 심심찮게 ‘문재인 대망론’이 거론되던 지난해 6월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했다. 책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그는 야권주자로선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에 진입했다.
그의 자서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그날 아침’으로 시작한다. 1982년 노무현·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의 동업자로 시작된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문 고문의 정치적 출발점이자 자산이다. 문 고문은 자서전에서 “나는 그(노 전 대통령)의 좌절과 고통을 볼 때마다 그의 정치 입문을 찬성했던 것을 후회했다”고도 했다.
책이 출간될 당시에는 문 고문의 현실정치 참여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라서 대선 출마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다. 다만 책 마지막에 “나는 당신(노 전 대통령)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남겼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자서전 ‘아래에서부터’도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 지사는 ‘노무현 사람’이다. 그러나 김 지사의 지향점은 ‘비욘드(beyond) 노무현(노무현을 넘어서)’이다. 자서전에선 자신이 노 대통령과 활동 이력, 업무 스타일 등이 다르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현직 도지사 신분이지만 ‘도정’보다는 서민정치, 서민정부, 서민대통령 등 큰 그림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서민 대통령의 할 일’로는 공기업의 역할 강화, 정부 책임의 보건의료 등을 들었다. 김 지사는 “마을 이장, 김두관! 더 크고 담대하고 창조적인 마음으로 국가 앞에 서고 싶다”고도 썼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다음 달 자전 에세이를 낼 예정이다. 안 원장은 자전 에세이를 통해 특유의 ‘메시지 정치’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자전 에세이에는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담길 것으로 보이며 일종의 ‘대선 출마 선언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다음 달 5일 경제 관련 서적을 출간하고 이와 별도로 첫 자서전 형태의 책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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