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명이 같은 중국집 거주? 통진당원 ‘이상한 주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본보, 당직선거인단 명부 입수
경기동부 근거지 성남 등 집중… 선거 앞두고 또 유령당원 의혹

통합진보당의 선거인 명부. 61명이 성남시의 중국음식점인 M반점에 사는 것으로 돼 있다.
통합진보당의 선거인 명부. 61명이 성남시의 중국음식점인 M반점에 사는 것으로 돼 있다.
한 중국음식점에 61명이 같이 산다? 당 지도부 선거를 위한 통합진보당의 선거인단에 이처럼 비상식적인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선출되는 통진당 지도부 선거에 경기도당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송재영 군포시당위원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인단을 확인해 보니 같은 주소에 수십 명의 당권자(투표권이 있는 당원)가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나 15일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비례대표 부정선거로 유령당원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이런 실상이라니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당권파 핵심인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 경기 성남시에 집중돼 있었다.

문제의 선거인명부는 4·11총선을 앞두고 통진당 지역후보자 및 비례대표 경선에도 사용됐다. 유령당원 의혹에 따라 통진당이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명부를 정리해 16일 재확정했지만 그 명부조차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통진당 중앙선관위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지만 워낙 사례가 많아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위원장에 따르면 선거인단 61명이 성남시 중원구 중동 2***에 사는 것으로 돼 있었고 이곳은 중국음식점인 M반점이었다. 동아일보가 ‘M반점의 한 당원’과 통화한 결과 “당원이지만 그곳에 산 적이 없다. 서울에 산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동아일보가 선거인단 명부 일부를 입수해 취재한 결과 31명이 산다는 중원구 금광1동 6**은 경기동부연합의 지역운동단체로 알려진 성남여성회 사무실이자 성남여성회가 운영하는 M어린이도서관이었다. 17명이 산다는 중원구 상대원2동 3***은 성남여성회가 운영하는 D가게였다. 성남여성회는 당권파인 김미희 의원이 자문위원을 지낸 단체다.

[채널A 영상] 당권자 61명이 중국집에서 같이 거주? ‘유령당원’ 의혹

▼ “수백명 당비 대납 의심 사례도” ▼

송 위원장은 “당 선관위가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선거인단을 정리한 결과 수십 명 수준의 집단거주 당원이 한 자릿수로 줄었다”고 말했다. M도서관의 31명은 0명으로 줄었다. 이 자체가 유령당원의 존재를 보여준다. 송 위원장은 “성남시에서 약 160명의 유령당원이 줄었지만 선관위는 이들의 정체에 대해선 우물쭈물했다”며 “남양주 구리 고양 하남시에서도 유령당원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성남시 당원이 줄자 남양주시에서 37명이 갑자기 늘어나는 등 경기도의 다른 지역에서 당원이 늘어났다”며 “선관위가 줄어든 약 160명의 당원을 원래 주소지로 바로잡은 것이 아니라 단지 경기도내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켰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당 선관위는 이들의 투표권 박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이들 지역 외에도 수백 명의 당비를 대납한 의심 사례가 있다”고 말해 유령당원 의혹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당권파는 당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명의만 빌려 당원에 가입시킨 뒤 특정 지역의 주소지로 옮겨 대리투표를 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보였다. 당 일각에선 “당권파가 신뢰 없는 선거인명부로 당권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당위원장 선거는 ‘국민보다 당원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발언으로 지탄받은 당권파 안동섭 현 경기도당위원장도 출마했다.

한편 지난달 14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진당사 앞에서 분신했던 당권파 당원 박영재 씨가 22일 숨졌다. 그는 중앙위에서 조준호 전 공동대표의 멱살을 잡은 모습이 사진에 찍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의 사망이 당대표 선거에서 당권파의 결집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통합진보#당직선거인단 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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