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 당권파 승리땐 야권연대 깨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 당대표 경선 시작

통합진보당이 25일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을 선출하는 당원 투표에 돌입했다. 통진당은 25∼28일 온라인투표와 29일 현장투표, 30일 모바일투표 결과를 합산해 당권파와 혁신파 간 당권 싸움의 종지부를 찍는다. 양측은 투표가 시작된 이날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에 대한 입장 등을 놓고 난타전을 펼쳤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강병기 전 경남도 부지사는 2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제명 절차가 진행 중인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거취에 대해 “두 분이 (경선 부정과 관련한) 정치적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면 당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당과 제명을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까지 포함된 그 어떤 조치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권파의 지원을 받는 강 전 부지사가 이, 김 의원의 제명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강 전 부지사는 15일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두 의원의 제명 조치는 옳지 못하다. 자진 사퇴를 설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두 의원의 처리 문제에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배경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당권파와 동일시되는 분위기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 중간파 당원들의 표를 얻으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르면 30일 발표되는 당 지도부 경선 결과는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가 지속되느냐, 자체적인 대선후보를 낼 수 있느냐 등 당의 명운을 판가름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혁신파 측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25일 “당권파가 당권을 차지한다면 야권연대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도록 강요당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통진당과 연대해 얻는 표보다 통진당을 싫어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찍으려다 떨어져 나가는 표가 많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대표의 발언은 최근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혁신파인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과 무관치 않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0일 “강 위원장이 새 대표로 당선되지 않고 통진당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야권연대의 성립이 어렵다”고 지적했었다.

유 전 대표는 또 “당권 교체도 못하는 당이라면 과연 누가 이 당을 지지해 줄 것이냐. 나를 비롯해 대선후보에 나갈 사람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 과정에서부터 통진당이 내세울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돼 왔던 그가 스스로 대선후보 포기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날 당권파와 혁신파는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에 대한 당의 2차 진상조사특위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당직선거 투표가 시작된 이날 당내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양측이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 것.

일부 언론은 이날 사무실 한 곳에서 당원 60∼200여 명이 동일 인터넷주소(IP)의 컴퓨터를 통해 특정 후보에게 100% 몰표를 던진 사례가 당권파 이석기 의원뿐 아니라 혁신파 비례대표 후보들에게서도 다수 발견됐다는 진상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보도했다.

당권파인 오병윤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준호 진상조사 보고서는 도둑이 매를 든 허위 날조 보고서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상규 의원도 “‘조준호 보고서’는 사실을 은폐하고 죄 없는 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제2의 유서대필’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상조사특위는 “특위 위원들조차 관련 내용을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 최종 보고서는 26일 전국운영위원회에 보고된다”며 특위에서 보고서 내용이 유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혁신파는 보고서 유출을 당권파의 의도적인 ‘정보 흘리기’로 보고 비판에 나섰다. 당대표 경선에 나선 강기갑 위원장 측은 “(당권파) 현역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행위는 내일 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더 큰 부실과 부정을 가리기 위한 사전 물타기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2차 진상조사 보고서는 당직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 당비 대납이 의심되는 유령당원 200명이 광주지역에서 투표에 참여한 정황이 있다”며 “이 내용이 2차 진상조사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으면 당직선거가 끝난 뒤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