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7월 1일 국내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약속한 지 10년 만이다. 세종시는 본래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추진됐지만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테스트 베드(test bed)’ 기능도 주목받고 있다.
세종시는 광역 및 기초 사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국내 첫 단층 행정체제 자치단체다. 제주특별자치도도 중간에 행정시(서귀포시, 제주시)를 두고 있지만 세종시만 유일하게 기초단체가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세종시의 독특한 행정체제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결과를 행정체제 개편에 적용하는 가늠자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광역도를 폐지하고 시군을 묶어 단층 행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정부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의 핵심이다.
이재관 세종시출범준비단장은 “행정 수요와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해 작은 조직으로 만들다 보니 독특한 체제가 됐다”며 “세종시 운영 결과는 중요한 선례가 돼 행정체제 개편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원칙상 인구 50만 명을 넘어서면 자치구를 둘 예정이지만 운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시군구 없는 최초 단층체제
단층체제이기 때문에 세종시장은 읍면동장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린다. 세종시소방본부는 소방서 없이 산하에 바로 4개의 119안전센터(화재 진압 구급) 및 119구조대(인명 구조)를 둔다. 전체 소방 인력 130명 가운데 38명이 소방본부에서 근무해 큰 화재나 재난이 발생하면 광역소방본부 직원들이 소방호스를 둘러메고 화재 현장으로 출동한다.
세종시는 시군구의 민원서비스 기능까지 수행해야 한다. 반면 세종시 읍면동장은 최초로 시군구 업무였던 불법주정차계도, 도로점검 및 순찰, 자전거 등록 등 5가지 권한을 위임받는다. 높아진 위상에 힘입어 읍면동장은 사무관(5급) 자리지만 세종시의 조치원읍장은 전국 최초로 서기관(4급)이 맡는다. 광역시 읍면동 가운데 지위가 가장 높은 데다 생활민원을 담당하는 민원봉사과를 두고 있다는 이유다.
○ 같은 기능 업무 인근 광역시에 위탁
세종시는 보건환경연구원과 공무원교육원, 소방학교를 별도로 두지 않고 관련 업무를 인근 광역시도에 위탁한다. 같은 기능의 기관을 각자 갖는 것이 재정낭비가 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세종시는 일반행정직이 주로 맡아왔던 읍면동장 자리를 사회복지직에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읍면동의 사회복지 기능이 점차 확대되는 행정변화를 감안한 것이다.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인 안성호 대전대 교수는 “지자체의 형편에 따라 다양성을 최대한 보장할 때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 있다”며 “세종시를 통해 자치와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행해 보고 그 결과를 분석해 다른 자치단체에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자족도시 기능 달성할까
세종시는 2002년 9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후보의 신행정수도 대선 공약,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2005년 3월 행정도시건설특별법 제정, 2007년 7월 정부의 수정안 국회 부결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출범했다. 연기군 전역(361km²)과 공주시(77km²), 청원군(272km²) 일부를 흡수한 465.23km²(서울 면적의 4분의 3)의 규모다. 1실, 3국, 1본부 25과에 958명(소방 130명 포함)이 근무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2014년 말까지 9부 2처 2청 등 36개 정부기관과 소속기관이 차례로 입주한다.
세종시의 관심사는 세종시가 자족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다. 세종시의 투자유치과와 지역개발과, 균형발전담당관실 등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공정 20% 수준인 세종시의 건설이 마무리되더라도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을 유치해야 자족기능이 확보되는데 아직은 성과가 크지 않다. 수정안 폐기로 땅값 혜택이 없어지면서 기업과 대학이 입주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 개발되는 세종시 신도심(예정지역)과 조치원으로 대변되는 구도심의 불균형, 연기군의 원주민과 정부기관 공무원 등 외지 이주민 간의 ‘화학적 결합’도 과제다. 병원과 편의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 ‘세종시가 불편하니 대전에서 지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도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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