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군사협정 비공개 처리는 日요청 때문”… 여야 “취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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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9일 03시 00분


정부가 ‘밀실 처리’ 논란을 빚은 한일 간 첫 군사협정인 정보보호협정(GSOMIA)을 예정대로 29일 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여야 대선주자들을 포함한 정치권도 크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체결 강행 이후 거센 후폭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처리한 이유에 대해 “일본이 자국에서 처리를 마친 뒤 같이 공개하자며 보안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아무리 비공개를 요청했더라도 일본도 처리하기 전에 서둘러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 정부 “이번에 안 하면 어렵다”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28일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내일 협정문에 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그 계획하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서명은 일본 도쿄에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과 신각수 주일 대사가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국내 관보 게재 등을 거쳐 양국이 각자 법적 요건을 충족했음을 서면 통보하면 협정이 발효된다.

외교부는 서명 예정일 하루 전인 이날 오전 여론의 동향을 살피며 내부회의를 거듭했다.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비공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비판이 고조되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국가 간의 약속을 깨기 어렵고, 이번 시기를 놓치면 협정을 체결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강행 방침을 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절차상 문제는 인정하지만 체결의 필요성이나 의미에는 공감하는 의견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과 참여연대, 민노총 등 48개 단체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정 체결 중단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 등 야당 대선주자는 물론이고 여당 대선주자인 정몽준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정 의원은 “충격적이고 실망스럽다. 시기와 절차에 문제가 있는 협정을 가능하면 취소하고 김황식 총리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뼛속까지 친미로 시작해 뼛속까지 친일로 마무리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 야당 “국회 동의 거쳐야”

야당은 협정 체결 전에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한 국가 간 협정인 만큼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 제60조는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을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정부가 협정 주체를 국방부에서 외교부로 바꾸고 협정 명칭에서 ‘군사’를 뺀 것은 안전보장에 관한 것임을 은폐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앞서 24개국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제처의 판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헌법에 규정된 안전보장 관련 조약은 한미상호방위조약처럼 상대국 군대가 우리 땅에 들어올 수 있는 수준의 조약을 의미한다”며 “초보적 수준의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이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외교부, 국방부 고위 간부들이 야당 의원들을 만나 6월 안에 이 사안을 처리하겠다고 미리 알렸다”며 “이후에도 계속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야당의 요구는 사안을 정치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 “왜 그렇게 서둘러서?” 책임 공방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외교부 내에서는 “국방부가 추진했던 일을 외교부가 뒤늦게 떠안은 게 문제였다”는 자책이 나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5월 말 일본행이 무산된 뒤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며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날 “협정에 국방 관련 요소가 많아 내용(협상)은 국방부가 주도했지만 실제 협정을 맺는 절차는 마지막에 외교부가 하는 것”이라고 외교부에 책임을 미뤘다.

또 국방부는 이번 협정과 함께 추진하려고 했던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대해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모두 고려해 다음 단계에 가도 되겠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는 스톱(stop)”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양국이 추진해온 ACSA는 해외에서 평화유지활동(PKO)을 하거나 해적퇴치, 재난구조 등을 할 때 양국이 필요한 물자와 장비를 상호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일본 자위대가 한국 땅에 들어오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그런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여론의 불안감을 불식하지는 못했다.

이번 협정 처리를 청와대가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외교부 내에서는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비공개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중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 협정 체결 계획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서울에는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만 남아 있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군사협정#일본#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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