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25일 귀국길에 들른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자들은 이날 밤늦은 시간 대통령과 기자단의 숙소 호텔 주변에서 19대 총선에서 불출마·낙천·낙선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원내대표, 안경률 장광근 전 사무총장, 정옥임 전 의원 등과 마주쳤다.
김 전 원내대표 등은 11일부터 18박 19일 일정으로 미국 서부 자동차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5인승, 8인승 캠핑카 2대로 이동하면서 숙식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김 전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면도를 안 해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였다.
김 전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원래는 데스밸리로 일정을 잡았지만 너무 더워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샌프란시스코 시내 관광으로 일정을 바꿨다”며 “이 대통령이 여기에 머무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기자는 이들에게 “이 대통령과 내일 아침식사라도 같이 하시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그러자 김 전 원내대표 일행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볼 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럴 것까지 있느냐’는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말문을 닫은 이유는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은 이미 이 대통령과 면담을 마치고 나오던 길이었고, 기자들에게 완벽하게 시치미를 뗀 것이었다. 이날 면담은 90분 가까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의원직을 잃은 이들의 근황을 듣고 위로했으며 대선정국에 대한 의견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이들과의 회동은 대통령의 출국 전부터 추진됐던 것”이라며 “기자들이 정치인들의 능청에 당한 것이다”라고 촌평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미국 워싱턴 방문 때에도 18대 총선 낙선 후 워싱턴에 머물던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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