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시작된 이른바 ‘저축은행 게이트’가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까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정치권에 메가톤급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특히 이들 3인 외에도 2, 3명의 정치인이 더 연루됐다는 설이 검찰 주변에서 나돌면서 정치권은 숨죽인 채 검찰 수사를 주시하고 있다.
○ ‘MB맨’이 줄줄이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지난해 9월 2차 부실 저축은행 명단 발표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저축은행비리 정부합동수사단 관계자는 이 전 의원 관련 의혹 수사에 대해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대통령의 친형이자 현 정부 최고 실세가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지만 검찰은 부인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검찰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벌일 때도 코오롱에서 1억5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 전 의원을 기소하기에는 충분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 기록을 합수단에 넘기고 기다렸다. 더 확실한 혐의를 찾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수사를 벌인 덕분에 이 전 의원이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뒤를 이을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새로운 정치인 더 나올까?
검찰은 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 대상이 추가로 드러날지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 이 전 의원과 정 의원, 박 원내대표에서 은행 퇴출 저지 로비가 그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과 이들보다 더 영향력 있는 정치인을 상대로 또 다른 로비를 벌였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분위기는 검찰과는 다르다. 이 전 의원에 이어 정 의원과 박 원내대표까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자 또 다른 인사가 등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정관계에 유독 발이 넓고 적극적인 임 회장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5월까지 이어진 절박했던 퇴출 위기를 고려할 때 로비 대상이 더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지난달 저축은행 퇴출 명단 추가 발표를 앞두고 “임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30억 원을 건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임 회장 자신이 로비스트가 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4억 원 상당의 금품을 로비자금으로 받은 혐의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의 돈을 받은 거물 정치인이 2, 3명 더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은 이번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유력인사 상가 가면 임석 있다”
임 회장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빈털터리에서 시작한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다. 중고교 시절엔 등록금을 낼 수 없을 만큼 가난해 야간 공고(이리공고)를 다녔다. 고교 졸업 후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접시닦이 등을 하며 퍼시픽웨스턴대(현 미라마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이 대학은 1988년 허위학력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이후 임 회장은 1988년 한맥기업이라는 광고대행사를 차려 옥외광고 붐을 타고 100억 원을 벌어들인 뒤 1999년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해 금융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승승장구하던 임 회장은 1987년 평화민주당 외곽조직 ‘새시대새정치청년연합회(연청)’ 기획국장을 맡고 ‘청년 YMCA’ 활동을 하며 인맥을 넓혀갔다. 또 권노갑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보좌관을 맡은 뒤 호남 출신 정치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2002년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 골드저축은행(솔로몬저축은행의 전신)을 인수할 때도 권 고문의 돈을 빌려 인수한 뒤 갚았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유력 인사들의 상가(喪家)에 가면 임 회장이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관계와 금융계에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임 회장은 현 정부 들어서도 2008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현 정권 실세들에게 접근해 막대한 자금력과 탁월한 수완을 바탕으로 끈끈한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바로잡습니다 ▼
본보 6월 30일자 A4면 “‘거물 2, 3명 더 있다’ 소문 무성” 기사 중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권노갑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보좌관 출신이며 권 고문의 돈을 빌려 골드상호저축은행을 인수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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