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연기 파문은 대북 공조를 내세운 미국 주도의 한미일 ‘삼각동맹’ 구상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현실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그동안 군 안팎에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을 철저히 감시하려면 미국뿐 아니라 일본의 정보력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한미일 3국은 대북 군사공조 체제를 강화해 왔다.
올해 4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비롯해 과거 1, 2차 핵실험 당시 3국은 첩보위성과 이지스함 등 첨단 감시전력을 배치해 사실상의 연합 감시작전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포착한 정보 중 일부는 미국을 거쳐 한국에 제공돼 북한의 군사 동향을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그간 미국도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2010년 12월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한일 양국이 과거 문제를 초월해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엔 로버트 윌러드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3국이 연합훈련을 실시할 적당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사 및 영토 문제로 한일 간 국민 정서가 아직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주변국들이 이런 움직임을 수수방관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특히 중국은 한일 간 군사협정 체결을 미국의 중국 봉쇄정책으로 보고 반발해 왔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에서 미중 대결이 격화되면서 신(新)냉전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 고위 소식통은 “중국은 한일 군사협력 강화 조치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 등 중국을 겨냥한 3국의 압박 전략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북한의 ‘후견국’으로 입지를 다지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북한도 ‘한미일 대 북-중’ 대결구도를 부각시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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