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협정인 정보보호협정(GSOMIA)이 29일 서명식 직전 갑작스럽게 연기된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를 배려할 수밖에 없다”며 공식적으로는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체결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한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황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양측이 시간 약속까지 사전에 한 상태에서 한국이 서명 직전에 갑자기 연기하겠다고 했다”며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무나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기자들은 이날 오전 11시경 서명식 관련 공식 브리핑을 받았으나 서명식 예정 시간으로 추정된 오후 4시를 불과 50여 분 앞둔 오후 3시 10분경 갑자기 행사가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고 어리둥절해했다. 한 일본 기자는 “외교적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될 때는 며칠 전에 정중하게 통보하는 게 관례인데, 행사 당일 갑자기 연기하는 것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번 협정 체결로 대북 정보 강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한국 정부가 당당하게 처리해도 될 문제인데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는 “일한 간 정보보호협정은 비밀스러운 군사 정보를 서로 주고받자는 게 아니라 양국 간 군사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인데 이런 내용들이 한국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한일 관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협정을 추진하면서도 일본 정부는 이지스함을 서해에 배치한다거나, 원자력기본법을 손대 핵무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한국민을 자극한 측면이 적지 않다”며 “양국 모두 ‘정치의 계절’을 맞아 서로 간에 외교적 배려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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