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밀실 처리’ 논란 속에 강행하려던 한일 간 첫 군사협정인 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전격적으로 연기했다. 국가 간에 약속했던 협정의 서명식을 예정시간 50분 전에 취소하는 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한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됐던 한일 정보보호협정 서명은 여야가 19대 국회를 7월 2일 개원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회와 협의한 뒤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새누리당이 ‘협정 체결의 보류 및 유예 요구’를 당론으로 정한 뒤 이를 외교부에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여당의 공식 의견이 정부에 전달된 것은 오후 2시, 정부가 협정의 서명식 연기를 최종 결정한 것은 오후 3시 10분경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정이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려면 먼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이 점을 일본 측에 설명했고 일본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혼선이 빚어진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7월 2일 국회가 개원해 상임위가 구성되면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협정안을 보고할 방침이다.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과정에서도 협정의 내용과 체결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한 뒤 다시 서명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비공개로 통과시키며 ‘은폐’ 논란을 자초한 데 이어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 처리하려다 여당의 요구에 갑자기 기존 방침을 뒤집은 것은 국가정책 추진 과정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도 여론의 눈치를 보다 체결 당일 2시간 전에야 연기를 요구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통합당은 29일 정부의 협정 체결 연기 결정에 대해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므로 연기가 아니라 완전히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무총리실을 항의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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