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하는 19대 국회로]여야, 국회 문 열자마자 딴소리… 또 싸움하다 흐지부지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일 03시 00분


‘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쟁, 정쟁으로 변질 우려

정치권에서 ‘자기 목에 방울 달기’ 경쟁이 뜨겁다. 여당이 세비 반납 카드를 꺼내면 야당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으로 맞불을 놓는 식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누가 방울의 목줄을 더 단단히 조이느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국민들에겐 모처럼 반가운 경쟁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여야의 정쟁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흐지부지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특권 내려놓기 경쟁’도 여야 간 신경전 속에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19대 국회부터는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쟁점 법안은 과반수가 아닌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로 상대 당의 특권 폐지 법안에 제동을 걸면 실제 추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진다.

○ ‘특권 내려놓기’도 포퓰리즘 경쟁?

본보 5월 22일자 A1
본보 5월 22일자 A1
동아일보가 5월 ‘밥값 하는 19대 국회로’ 시리즈를 연재한 이후 여야는 본격적인 특권 내려놓기 경쟁에 돌입했다. 먼저 선수를 치고 나온 쪽은 새누리당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8일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을 포함한 6대 쇄신안을 내놓았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은 같은 달 24일 의원 특권 폐지와 관련해 ‘4+2’ 방안을 내놓았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중 △겸직 금지 △의원 연금제도 폐지 △불체포특권 남용 방지 등은 양당 모두 추진을 약속한 항목. 하지만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엇갈리는 대목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2일 겸직 금지 법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국회법에서는 정부투자기관 임직원 등 겸직이 금지된 일부 직종을 제외하곤 겸직을 모두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에 새누리당이 발표한 법안에선 영리 목적의 겸직은 물론이고 국무위원(장관) 겸직도 금지하고 있다. 단, 특임장관과 공익 목적 변호사, 비영리 공익 법인과 단체의 임원만 허용된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즉각 “총리·장관 겸직은 의원 특권으로 보기 어렵다”며 “인기 영합적 분위기에 편승하지 말라”고 반격했다.

연금제도 폐지를 놓고도 여야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19대 의원부터 없앤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전직 의원의 경우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면 연금 지급 대상에서 빼겠다고 하자, 민주당은 최소 재직기간을 4년 정도로 높이겠다고 응수했다. 재·보궐선거로 배지를 달았거나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초선은 연금 대상에서 빼겠다는 것. 새누리당은 재직기간이 왜 1년 이상이어야 하는지, 민주당은 왜 4년 이상인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에스컬레이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 정쟁에 묻혀 흐지부지되나

여야가 추진 자체를 놓고 각을 세우는 항목도 있다.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다. 자칫 여야 충돌로 의원연금 폐지 등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방안마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개원이 미뤄지자 소속 의원 147명의 6월 세비 13억6000만 원을 거둬들여 6·25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기탁했다. 이어 이한구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민주당이 일은 안 하면서 세비만 축내고 있다’며 압박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세비 반납을 ‘정치쇼’로 몰아세웠다. 특권 내려놓기 경쟁이 정쟁으로 변질된 대표적 사례다.

그 대신 민주당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황주홍 의원은 지역구와 상관없이 유권자 10만여 명이 서명하면 국회의원을 소환 청구할 수 있는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을 발의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아무런 공식 반응이 없다. 무대응 전략인 셈이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국회폭력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수당인 야권을 겨냥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단순히 징계수준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의원이나 보좌진, 당직자는 무조건 징역형을 받도록 해 피선거권을 제한할 계획이다. 야당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대목이다.

여기에 장관 겸직 금지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등을 놓고 새누리당 내에도 이견이 적지 않아 결국 법안 제출만으로 생색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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