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하는 19대 국회로]‘의원특권 내려놓기’가 정쟁 도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일 03시 00분


국회 개원… 강창희 의장 선출

19대 국회가 국회법에 규정된 개원일(6월 5일)보다 27일 늦은 2일 개원했다. 이에 따라 여야가 한 달간 벌여온 ‘특권 내려놓기 립 서비스 경쟁’이 실천으로 이어질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여야는 국회 문을 닫은 채 임기 개시(5월 30일) 후 한 달 넘게 말로만 특권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제 국회가 일하기 시작한 만큼 특권 폐지·축소를 위한 법 개정 등 후속 조치에 여야가 얼마나 협력할지 주목된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찬성 의견을 낸 불체포특권 남용 방지 문제는 조만간 실천 여부가 판가름 난다.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하려면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하는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보장된 의원의 권리다. 여야는 현실적으로 개헌이 힘든 만큼 법원이 체포동의안을 보내오면 즉시 표결에 부치거나 방탄국회를 열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불체포특권 폐지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4·11총선 과정에서 불법 선거나 저축은행 퇴출저지 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도 적지 않다. 검찰은 의원 300명 가운데 123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무소속 박주선 의원 등 8명을 기소했다. 조만간 법원이 체포동의안을 보내오면 19대 국회가 동료들을 검찰로 순순히 보내줄지 관심사다. 제헌의회부터 지난해까지 국회에 접수된 체포동의안은 모두 44건이지만 이 중 9건만 처리되고 나머지는 부결되거나 폐기됐다. 여야 가리지 않고 ‘동료 의원 감싸기’가 거듭된 결과다.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을 의식해 경쟁적으로 특권 내려놓기에 나선 결과 실천보다는 또 하나의 정쟁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도 새누리당이 특임장관을 제외한 국무위원을 국회의원이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표하자 민주당은 즉각 “(의원의 장관 겸직은) 국가운영에 득이 될 수 있다”며 “특권 폐지의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의원의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놓고도 새누리당은 추진, 민주당은 반대 입장이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무리 좋은 특권 폐지 방안이라도 상대 당이 하면 찬성할 수 없다는 ‘진영 논리’가 끼어든다면 국회 개혁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이날 국회는 개원식에 앞서 새누리당 강창희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강 신임 국회의장이 국회법상 당적을 버림에 따라 새누리당 의석은 149석으로 줄었다. 국회부의장에는 새누리당 이병석, 민주통합당 박병석 의원이 선출됐다.

개원식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김황식 국무총리,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취임 후 4년 4개월 동안 6번째다.

국회 개원으로 대선을 앞둔 여야의 정쟁도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야가 개최키로 합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언론사 파업 청문회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국회 상임위 활동이 본격화되면 저축은행 사태, 한일 정보보호협정 연기 파문, 4대강 사업 등을 놓고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석기#김재연#국회#의원특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