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논란을 일으킨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3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농민 집회에 참가했다가 농민에게 멱살을 잡히고 집회장에서 한동안 쫓겨나는 봉변을 당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FTA 중단 전국농어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2시 30분경 이곳을 찾았다. 사전 문화공연에 이어 본행사가 시작된 직후 이 의원이 집회장에 나타나자 취재진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몰려 행사 진행이 잠시 중단됐다.
이 의원이 무대 앞 귀빈석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농민 대여섯 명이 이 의원을 에워쌌다. 이들은 “애국가도 싫다면서 왜 여기 왔느냐” “국가를 부정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냐” “(이 의원의 참석이) 농민을 보호하자는 집회 취지에 안 맞으니 돌아가라”고 고함을 쳤고 한 농민은 이 의원의 멱살을 붙잡고 집회장 바깥으로 끌어내려 했다. 이 의원에게 집회용 막대 풍선을 휘두르는 농민도 있었다.
이 의원은 보좌진에게 둘러싸인 채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다 소란이 계속되자 결국 무대 뒤편으로 피했다. 이 의원의 멱살을 잡았던 농민은 “우리는 FTA 문제로 피가 마른다”며 이 의원에게 “개××” 등 심한 욕설을 퍼붓고는 이 의원이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자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큰절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10분가량 지나 장내 소란이 진정되자 무대 뒤편에서 나와서 집회 참석자들 가운데로 들어가 농민들과 함께 한중 FTA 반대 구호를 외쳤다. 그는 앉아서 구호를 외치다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서울역 방면으로 도로행진을 시작한 오후 4시 30분경 집회장을 떠났다.
이날 행사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3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한중 FTA 중단 농수축산비상대책위’가 주최했다. 전국에서 농민단체 회원 1만여 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1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련) 박재영 팀장은 “이 의원이 각 당에 보낸 보도자료를 보고 자발적으로 참석했던 것 같다”며 “주최 측에서 이 의원을 따로 부른 적은 없다”고 밝혔다. 다른 한농련 관계자는 “행사 진행에 방해만 되는 사람이 굳이 참석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 의원이 봉변을 당한 게 아니라 집회 현장에서 취재진의 과도한 취재로 대회 진행이 차질을 빚게 돼 일부 집회 참석자들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잠시 소란은 있었지만 ‘자리를 뜨지 말아 달라’는 농민들의 요청으로 끝까지 대회장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진보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진보정당의 의원이 민중에게 멱살을 잡힌…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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