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주요 국정 현안의 처리 시기와 방법을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가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인천공항 지분 매각 등 일부 국책사업을 다음 정부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이 현안들을 강행하겠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당정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경제정책을 놓고도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 공방은 여당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경선 캠프가 이명박 정부와 ‘선 긋기’에 나서고 청와대 및 정부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기싸움의 성격을 띠고 있다.
○ 정부, “현안 임기 말까지 밀고 간다”
박 장관은 4일 주재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일각에서 주요 국정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자는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정은 ‘릴레이’와 같기 때문에 지금 주자가 전력 질주해서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그만큼 우리 경제는 뒷걸음치는 셈”이라며 “마침 19대 국회도 개원한 만큼 주요 사안은 국회와 충실히 협의해 매듭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록 대선을 앞두고 있어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여야를 설득해 가며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박 장관의 이번 발언은 “정부가 일부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새누리당의 비판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한구 원내대표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 공군 차기전투기(FX) 사업, 우리금융지주 매각 등을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 사업들을 다음 정부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연구포럼 창립총회에서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은 당장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순 있지만 단기적 대응은 항상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는 여야 일각에서 제기되는 추경 등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장관은 인천공항 지분 매각에 대해선 “법에 기업공개(IPO)의 근거를 만들려는 것으로, 법이 통과돼도 매각 진행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 당정, 올해 들어 연일 마찰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천공항 지분 매각 등이 확실하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밀린 숙제하듯 임기 내에 처리하려 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만간 ‘박근혜 캠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당정이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지금보다 더 자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단호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여당 등 정치권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주요 국책사업이 표류할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당장 인천공항의 지분 매각 문제는 관련법 개정이 필수적이라 19대 국회에서 여야의 협조가 없다면 추진이 불가능하다. 8조 원 이상을 들여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FX 사업도 선정 과정의 투명성 논란 등이 제기되며 기종 선정이 연기될 공산이 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우리금융 지분 매각도 유력한 합병 후보인 KB금융에 대한 특혜 논란이 있고, 금융권에서도 매각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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