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5일 의원회관 1층부터 10층까지 오르내리며 당 소속 의원 50여 명을 만났다. 못 만난 의원에게는 밤늦게까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소속 의원 전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6일 열리는 국회 국방위원장 경선 때문이다.
상임위원장 경선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유 의원에게 이번 경선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5일 발표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대선 경선 캠프 인선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5년 전엔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을 맡아 박근혜 경선 캠프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박 전 위원장과 소원하다. ‘박 전 위원장이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까지 싫어한다’는 식의 흑색선전까지 퍼졌다. 이번 경선에서 떨어진다면 그는 당분간 ‘식물 의원’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2005년 1월 박 전 위원장의 요청으로 비서실장을 맡은 후 최측근 자리를 유지하던 그는 2007년 대선 경선에서 패한 뒤 서서히 박 전 위원장과 멀어져갔다. 올 초 박 전 위원장이 추진한 당명 개정에 반대하면서 관계는 더욱 껄끄러워졌다. 그 후 두 사람은 전화 한 통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6일 같은 친박계인 황진하 의원과의 국방위원장 경선은 유 의원의 압승으로 끝났다. 92 대 34. 친박 표가 대부분 유 의원에게 갔다. 박 전 위원장이 여전히 유 의원을 신뢰하고 있고 때가 되면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유 의원은 주변에 “난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박 전 위원장과 측근들이 선거에 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더욱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은 유 의원이 개혁적인 정책 마인드와 논리적이고 빠른 정무 판단을 하는 유능한 참모인 동시에 거침없는 쓴소리로 화합을 해칠 수도 있는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후자에 쏠려 있는 박 전 위원장의 인식이 대선 국면에선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게 친박 의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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