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에는 강제북송 당시 중국 돈 200위안(약 3만6000원)을 숨긴 사연이 여러 번 등장한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끝까지 돈을 챙겨야 했던 애착 때문인 듯하다.
“조선말을 아는 중국 여군이 여자들의 옷을 몽땅 벗기고 수색했다. 내가 늙은이여서 그런지 몸수색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200원(위안)을 감출 수 있었다. 꼬깃꼬깃 접어 비닐에 싸서 언제나 손에 쥐고 다녔다.”
“압송 도중 벌판에서 소변을 보다가 그만 떨어뜨렸다. 발로 밟았다. 여군이 보고 있었다. 신발을 고쳐 신는 척하면서 얼른 돈을 쥐었다. 밤에 여군이 나를 툭툭 건드렸다. 돈을 내놓으라는 눈치여서 하는 수 없이 돈을 주었다. 그는 다시 적당히 접더니 내 손에 쥐여주었다. 눈물이 났다. 북송시키는 중국 정부는 증오스러웠지만 그 여군의 인도주의적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었다. 죽을 때까지 나의 심장을 울려줄 것 같다.”
“북한 보위부가 6명씩 불러 옷을 몽땅 벗기고 ‘앉았다 섰다’를 50회 시키면 무엇이든 빠져나온다. 은밀한 곳에 돈을 숨기는 것이 일반화되었다기에… (그대로) 따라 하지 않은 덕분에 돈을 살릴(챙길) 수 있었다.”
“나는 이 돈을 마지막까지 살렸다. ○○집결소에서 찾아온 ○○가 옆을 슬며시 지나갈 때 던져 그 어려운 ‘보관’을 끝냈다. 그는 그 돈으로 쌀 10kg을 샀고 나에게도 밥을 지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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