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법정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함께 온 두 변호사에게 뱉은 말이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봉변을 당한 직후의 일이었다.
이날 새벽부터 사진기자들은 촬영하기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4번 법정 출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오전 10시 12분 취재진에게 “이 전 의원이 법원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때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성이 통로를 가로막고 섰다. 취재진과 경위들이 비켜 달라고 요청하자 이 여성은 완강하게 거부하며 “정부와 법원, 언론 때문에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졌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전국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회 김옥주 위원장(50)이었다. 김 위원장이 주변의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다 나오라”고 하자 20여 명이 “상득이 구속하라” “내 돈 내놔라” “이 도둑놈아”라고 소리를 지르며 나타났다. 이 중 몇 명은 바닥에 앉아 통곡하기도 했다. 이날 저축은행 피해자 40여 명이 버스를 타고 서울로 왔으며 이 중 20명이 법원에 들어왔다.
10시 28분. 이 전 의원이 감색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법무법인 광장의 서창희 변호사(49)를 비롯한 일행 4명과 함께 등장했다. 그는 처음에 옅은 미소를 보였지만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취재진에게 둘러싸이자 곧바로 표정이 굳었다. 이때 김 위원장이 이 전 의원의 넥타이를 잡아당겼고 다른 피해자가 계란을 이 전 의원의 바지에 던지고 어깨에 물도 뿌렸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낮 12시 27분 영장실질심사가 끝나고 변호인들은 법정을 나섰지만 이 전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변호인의 요청과 검찰의 동의하에 체포 피의자용 통로를 통해 법정을 빠져나간 것이다. 체포 피의자용 통로는 법정에서 호송 차량이 있는 법원 지하까지 엘리베이터로 연결돼 있다. 그는 심사를 맡은 박병삼 영장전담판사가 오후 11시 40분경 영장을 발부할 때까지 대검찰청 조사실에서 대기하다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상왕(上王)’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현 정부에서 국정과 인사를 주무른 실세였던 그로선 권력 무상을 실감했을 긴 하루였다.
이 전 의원은 최장 20일 이내에 기소된다. 기소 후 6개월까지 구속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다만 이 전 의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재판이 길어지는 등 일정한 사유가 생기면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나 보석을 허가할 수도 있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넥타이를 잡아당긴 김 위원장과 계란을 던진 조모 씨(73)에게 출석을 요구해 법적 절차에 따라 폭행 혐의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