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1회 인구의 날 기념식 참석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 국가 위기사태 등 돌발 변수가 아니고서 이 대통령이 미리 잡힌 대외 공식 일정을 임박해 취소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종현 청와대 춘추관장은 “이 대통령이 기념식에서 딱히 전할 메시지가 없고 인구의 날 관련 토론에 나설 준비도 덜 됐다”며 “(이 전 의원 구속 전인) 10일 저녁 참석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평소 인구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 온 만큼 이 전 의원의 구속에 따른 충격으로 행사 불참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주로 집무실에 머물며 대국민 사과 여부 등을 놓고 참모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이 전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이후부터 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말수도 줄었다고 한다.
상당수 참모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 전 의원 구속 사태에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이런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이 대통령의 사과 요구가 나오는 등 주변의 압박도 가중되는 시점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 구속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뭔가 위로의 말씀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위로의 말씀에) 대국민 사과의 의미가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당연히 그런 뜻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사과 시점과 방식이다. 아직까지는 이 전 의원이 기소 단계는 아닌 만큼 당장 유감을 표명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더 많다. 한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현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이 전 의원 구속에 대한 생각을 밝히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의 기소 등을 지켜보며 사과 기자회견 시점을 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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