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정두언, 검찰 찾아가서 몇날 며칠 조사 받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3일 03시 00분


이한구, 구속수사-탈당 요구 “체포동의안 부결 중대 사태 與의원 전원 대국민사과를” 13일 새누리 의총 격론 예고

이한구 원내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의 후폭풍이 여당은 물론이고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여당 내 갈등은 물론이고 여야 간의 책임론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날 부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를 선언한 이한구 원내대표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표결 결과를 보면 민주통합당(의원들)도 (체포동의안에) 반대를 많이 했다. 민주당도 책임이 같이 있다”며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나와) 함께 동반 사퇴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사태의 당사자인 정 의원에 대해선 “스스로 감옥에 가라” “탈당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검찰에 가서 먹고 자면서 몇날 며칠이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자발적으로 구속 수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또 “(13일)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퇴를 만류하고 재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그런 얘기를 자꾸 하는 건 나보고 당을 나가라는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가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내 일부 의원 사이에서 조직적으로 정 의원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킨 뒤 자격심사를 통해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제명하고 저축은행 로비사건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오면 이것도 가결시키는 ‘국회 쇄신 로드맵’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런 구상이 어그러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포동의안에 반대했던 당내 의원들도 격앙된 표정이다. 김용태 의원은 동아일보 종합편성TV 채널A와의 통화에서 “(이 원내대표의 말은) 우리 새누리당 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기 싫어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는 건데, 이건 의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오히려 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일이 이렇게 된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의 탈당과 자진 구속 요구에 대해선 “정 의원이 지난 4년간 새누리당의 쇄신과 혁신을 위해 온몸을 던져 일했는데 탈당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 매우 감정적이고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에는 이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 반대표 의원들 “지도부 리더십에 문제”… 지도부 “국민은 없고 결국 동료 챙기기” ▼

이 원내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를 위한 쇄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총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 세비를 반납하도록 했고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법안도 발의했다. 의원들 사이에선 “왜 자꾸 자해를 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원내대표가 대선 승리를 위해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 거슬렸다”며 “대선 때문에 동료 의원을 못 지켜주는 원내지도부는 너무 야박한 거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여러 핑계를 대지만 결국 의원들의 마음속엔 ‘국민’은 없고 ‘나’와 ‘내 동료’만 있었던 셈”이라며 “부결 이후 국민으로부터 쏟아질 비난의 쓰나미와 정치적인 파장도 예상하지 못하는 걸 보면 총선 때 촉각을 곤두세웠던 민심 안테나도 이미 무뎌진 것 같다”고 한심스러워했다.

이런 양측의 견해차 때문에 13일 의총에서는 원내지도부와 정 의원 측이 정면충돌해 대선을 앞두고 당 전체가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은 새로운 원내대표를 찾아야 하지만 4선 의원 중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 당시 이 원내대표의 경쟁자였던 남경필 의원은 이번에 정 의원을 옹호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병석 의원은 국회부의장이 됐고 심재철 정병국 의원은 비박(비박근혜)계여서 친박(친박근혜)계가 다수인 의원들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근혜 경선 캠프에 가담한 이주영 의원이 캠프의 직책에서 물러나 원내대표 경선에 나오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이 사퇴하면 어렵게 개원한 국회가 마비되고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빨리 국회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책임론에 대해선 “새누리당 내부에서 마치 ‘박지원이 자기가 살려고 정두언을 구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나는 민주당 원내대표이지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통진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은 특권 포기가 쉽지 않은 정당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려고 책임을 못 질 약속을 내걸었고, 어제 그 진실이 드러났다”며 “‘정두언 방탄국회’가 아니라 ‘박근혜 방탄국회’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정두언#이한구#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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