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친구에게 거짓 진술 강요” vs 검찰 “실체 밝히고 근거대라”… 과연 누가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3일 03시 00분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와 검찰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가 10일 “검찰이 친구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가 말한 ‘친구’로 추정되는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 측 변호인들이 “거짓진술 강요는 없었다”고 밝히고, 검찰도 “진술 강요는 전혀 없었다. 실체를 밝히고 근거를 대라”고 강조하면서 공방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결국 진실은 이 대표가 자신이 언급한 친구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드러날 수밖에 없게 됐다.

○ ‘친구’는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

1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표가 말한 ‘친구’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로 지난해 6월 구속 기소된 박 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대표는 ‘친구’에 대해 “지난해 저축은행 사건으로 구속됐다. 검찰이 불러내기를 70회나 했다”고 말했는데 검찰은 지난해 3∼10월 진행한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박 회장을 여러 차례 소환 조사한 바 있다.

박 회장은 △1280억 원대 불법대출 △사업용지 부당매각 △세무조사 무마 로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추징금 1억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다가 올 6월 보석(保釋) 허가를 받았다. 이 대표가 “(친구가) 병보석으로 나왔다”고 말한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박 회장과 이 대표는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 사건 등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를 당시 만나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박 회장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친노그룹의 후원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변호인단 “진술강요 들어본 적 없다”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박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는 구본민 변호사와 오모 변호사다. 이들은 모두 “검찰의 진술강요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또 이 대표가 친구 이야기를 폭로하면서 “수사과정에 입회한 변호사가 한 얘기”라고 했는데 이 변호사들은 모두 “이 대표를 개인적으로 모른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의 모든 조사과정에 입회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한 검찰이 이 대표를 들먹이며 ‘불어라’고 한 적은 없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는데 그런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박 회장을 구속한 뒤 계속 조사한 것은 박 회장의 혐의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오 변호사도 이날 기자와 만나 “박 회장 조사에 입회한 적은 없지만 검찰이 박 회장에게 진술을 강요했다거나 이 대표를 지목해 질문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한 지인은 “박 회장이 이번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런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박 회장 조사 당시 이 대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이 대표가 실체 밝혀야”

법조계에서는 야당 대표와 검찰의 이번 공방이 소모적인 정치공방으로 서로에게 상처만 입힌 채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친구’가 누구인지, 누구에게서 이 얘기를 들었는지를 밝혀 진실이 명확해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도 검찰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검찰 수사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은 이 대표가 검찰의 잘못된 수사방식을 지적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며 “그러나 검찰은 반성은 하지 않고 이 대표에게 반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제1야당 대표에게 경거망동을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이해찬#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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