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1월 2일 KAL 858기 폭파사건이 발생한 직후 미국은 범인 김현희를 직접 조사하고 그가 북한 공작원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미 국무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한항공 858(Korean Air Flight 858)’이라는 제목의 비밀문서 57건을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1988년 2월 본국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KAL기 폭파사건 직후 ‘미국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김현희를 직접 조사했다. 이들은 미국 정보당국이 확보하고 있던 북한 공작원 26명의 사진을 김현희에게 보여주며 접촉했던 인물을 확인하도록 했으며 김현희는 유럽의 베오그라드에서 접촉한 인물 2명과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1명 등 3명을 지목했다.
또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산하의 외국방송정보서비스(FBIS)를 통해 김현희가 1988년 1월 15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의 성문(聲紋)을 분석해 ‘김현희의 억양과 어휘가 북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은 한국이 북한에 보복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지만 전두환 대통령은 1988년 1월 14일 제임스 릴리 주한 미 대사에게 “김현희를 63빌딩에 데려가고 새 옷도 사줬다”며 “군사보복을 원하는 한국인들이 있지만 그것은 마지막 옵션”이라고 말했다. 88서울올림픽과 연말 대선 등을 감안한 것이었다.
한국 정부는 대신 이 문제가 유엔에 조속히 상정될 수 있도록 나서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 전 대통령은 릴리 대사에게 “보복을 않는 대신 소련과 중국에도 미리 알려 달라”며 “두 나라가 북한에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대사관은 1988년 1월 미 국무부에 보낸 전문에서 유엔 안보리 상정에 필요한 9개국의 표를 얻는데 미국이 협력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특히 한국과 외교관계가 없는 공산권 국가인 잠비아 유고슬라비아 알제리 등 3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내지 못했다. 주한 미대사관이 1987년 12월 4일 본국에 보고한 전문은 “올림픽이 많이 남은 시점에 연말 대선에서 야당의 승리를 원하는 북한이 왜 여당에 유리한 테러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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