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균형 잡기… 선별+보편 복지, 전략적 조합 만들어야
北엔 ‘햇볕’ 강조… 北, 南이 돈 주지 않았어도 핵개발 했을것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19일 발간한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에서 복지, 경제민주화, 대북정책, 교육문제 등 국정 전 분야에서 비전을 공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천안함 폭침사건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생각을 밝혔다. 안 원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이 책이 사실상 안 원장의 ‘집권 비전’으로 읽히는 이유다.
○ 공약집 수준의 정책 비전
안 원장은 5월 부산대 강연에서 제시한 복지, 정의, 평화의 키워드를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시대정신’으로 규정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국가 △복지 국가 △한반도 평화 구축을 과제로 제시했다. 대선에 출마할 경우 내세울 정책 기조인 셈이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대선 공약집 수준과 맞먹었다. 정치권에선 “각론에선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민주통합당 등 범야권의 정책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 원장은 가장 먼저 복지를 내세웠다. 그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전략적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취약계층 대상의 복지를 우선 강화하고 동시에 민생의 핵심 영역에서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을 사회적 합의와 재정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한국사회에서 재벌그룹은 사실 현행 법규상 초법적인 존재”라며 “재벌체제의 경쟁력은 살리되 내부거래 및 편법상속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는 등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재벌개혁을 통해 대기업의 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을 중점 육성하는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내세운 출자총액제한제도,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정책도 “대체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채찍 위주의 강경책, 기계적 상호주의를 고수한 것은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붕괴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대북 지원이 핵무기 개발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북한은 남한이 돈을 주지 않아도 핵개발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했다. 그는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와 남북 경제협력모델 확대를 제안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사건 이후 관광객에 대한 신변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북한의 명시적 약속이 없는 상황에서 관광 재개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그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무조건 FTA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라며 “FTA에 대해 자화자찬과 장밋빛 전망만 강조했는데 문제가 있었다면 그런 전망을 내놓은 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민감한 현안에 견해 밝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정부가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의문을 풀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게 제대로 안 됐다”며 정부의 ‘과정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이미 발효가 된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폐기한다면 국가 간 신의를 저버리고 국제사회에서 신인도가 추락할 우려가 있다”며 “폐기보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재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수정돼야 할 독소조항으로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꼽았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는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꼭 필요한가, 꼭 강정마을이어야 했으며 주민들에 대한 설득이 충분했는가 하는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면서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채 강행된 강정마을 공사는 무리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선 ‘해군기지 건설이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결론까지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용산 사태에 대해서도 “개발논리만으로 밀어붙이다가 초래했다”고 비판했으나 과격투쟁에 대한 문제의식은 나타내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라면서도 “국가 차원에서 합리적 의문을 풀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견을 무시하는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꼬집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선 “남북협력을 진전시키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관련해 필요한 발언은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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