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연금 5년내 3배로… 통큰 공약, 깡통 재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통신비 반값 인하… 대선주자들 예산마련 방안 없이 선심 경쟁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5년 안에 노령연금을 3배 올리고 국공립 보육시설을 2배 늘리겠다는 대선공약을 최근 발표했다. 각각 6조 원과 1300억 원이 매년 추가로 든다는 게 김 지사 캠프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지사 측은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 “노후, 보육, 위기가정 3가지에 복지 정책을 집중할 계획이어서 복지 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만 밝혔다. 그 3가지에 집중하기 위해 어떤 복지 혜택을 줄일지는 밝히지 않았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속속 발표하고 있는 공약에는 대규모 재원이 들어가는 것이 많다. 그러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야권 대선주자 중 가장 파격적인 공약을 많이 낸 후보는 민주통합당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다. 그는 4인 가구의 생활비를 월 50만 원씩, 연 600만 원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특히 통신비를 반값으로 낮추고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은 현실성 여부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는 “최근 기술 발전으로 통신비 원가가 낮아졌다”며 “기기 거품까지 빼면 통신비를 반값으로 내려도 기업 이윤이 보장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통신사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에는 5년간 1조5000억 원이 필요하지만 건강보험 지출구조 개편을 통해 추가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출마 선언 이후 정부 운영, 교육, 여성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복지나 일자리 재원조달과 관련해 씀씀이를 60% 줄이고 세수를 40% 늘리는 ‘6 대 4 원칙’을 적용해 충당할 계획이다. 안종범 캠프 메시지정책본부장은 “125개 총선 공약을 실천하는 데 5년간 75조3000억 원이 들고 89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대선공약은 그보다 중장기적 공약이 많아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대선주자들 수조원 약속 덜컥… “돈? 대기업이 내야죠” ▼

전문가들은 세입 확대는 비과세 감면이나 주식 양도차익 과세 등을 통해 가능하지만 세출절감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비롯한 재량지출을 10% 줄여서 충당할 계획이지만 그 정도의 낭비 예산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후보들의 공약 중에는 기업이나 금융권에서 강제로 돈을 걷도록 하는 내용도 많아 더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19일 “88만 원인 최저임금을 5년 임기 동안 매년 10%씩 인상해 15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캠프 추산으로는 매년 11조, 12조 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캠프 관계자는 재원마련 방안으로 “고용보험으로 충당할 예정이기 때문에 직접 정부 재원은 많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정률제로 내고 있는 기업 부담을 기업 이익금에 누진해서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에서 더 많은 돈을 걷겠다는 것. 캠프 관계자는 “사회 환원 차원”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서민들의 가계부채 이자를 내주는 ‘두레경제기금 100조 원 조성’ 공약을 냈다. 5년간 매년 20조 원을 조성하는 이 기금은 금융권, 대기업, 정부가 함께 낸다는 구상이다. 정부 재원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다고 한다. 국가가 빚을 내 가계부채를 떠안을 경우 ‘모럴 해저드’를 조장한다는 비판과 함께 금융권과 대기업이 가계부채 해소 기금으로 수조 원을 내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소득 50% 이하 대학생 장학금 지급 △연리 1%의 학자금 융자 확대 △대학 기숙사 시설 확충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재원 조달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박 지사 측은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세금으로 걷는 전체 돈이 연간 200조 원 정도이기 때문에 세금을 걷지 않은 채 10조, 20조 원의 대형 사업을 새로 시작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교육, 성장동력 등 국가가 투자해야 할 부분이 점점 많아지는 게 현실인데 재원마련 방안 없이 국민들에게 돈을 더 주겠다고 하는 건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노령연금#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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