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3명도 5월 재입북… 北의 포섭공작에 넘어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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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체제선전에 활용 위해 南부적응자에 은밀히 접근
박선영 “집-직장 주겠다며 유인… 올들어 100여명說”
南신문조사기법 北에 노출… 위장탈북 역이용 우려

탈북했다가 재입북한 뒤 최근 북한 기자회견에 나와 남한 사회를 비판한 박인숙 전영철 씨 말고도 제주도에 거주하던 여성 탈북자 3명이 재입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서만 100명이 넘는 탈북자가 북한으로 되돌아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탈북자 재입북 러시’와 ‘재입북 포섭세력 암약 가능성’이 거론되며 탈북자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22일 “제주도에 정착했던 탈북 여성 3명이 5월 재입북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은 최근 5년 내 입국했으며 각각 20대 후반, 30대 중반, 40대 초반”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의 재입북 결정은 당사자의 단순 변심이 아니라 남한 부적응자를 상대로 한 포섭공작의 결과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 전 의원은 “이들은 ‘탈북한 죄를 묻지 않고 평양에 새 집과 새 직장을 주겠다’는 말에 유인돼 중국을 거쳐 재입북했다”며 “1994년 탈북해 남한 여성과 결혼한 남성도 북한으로 돌아가는 등 올해 재입북 탈북자 수가 1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인숙 씨는 다단계 사기를 당해 생계곤란을 겪던 중 북에 남겨진 가족을 이용한 북한의 회유에 넘어가 재입북했다. ‘동까모(김일성 동상을 까부수는 모임)’에 소속됐다는 전영철 씨는 남한에서 뚜렷한 직업을 갖지 못했으며 제주도 여성 3명도 평소 생활고를 호소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무용수 출신의 탈북자 유모 씨 역시 생활고와 북한의 회유 압박 사이에서 갈등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재입북 사례의 증가는 북한이 2월부터 북-중 국경단속을 강화해온 조치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재입북한 탈북자를 기자회견장에 내보내 ‘남한생활의 비참상’ 등을 열변케 하고 이들이 평양의 새 집에 입주했음을 공개하는 등 체제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재입북 탈북자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의 탈북자 합동신문 조사기법이 노출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국내로 들어온 탈북자는 합신센터에 최장 6개월까지 머물며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으로부터 ‘진성 탈북자’ 여부를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조사기법이 노출되면 위장 탈북자가 국내에 잠입하는 데 역이용될 수 있다. 중국과 제3국 등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담당 정보요원의 신원도 고스란히 공개될 수 있다. 최근 재입북한 일부 탈북자는 특정 목적을 가지고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어온 뒤 되돌아간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재입북 탈북자가 늘면 선량한 탈북자들이 국내 정착 과정에서 ‘언제든 되돌아갈지 모른다’는 식의 사회적 냉대와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아울러 ‘오죽하면 탈북자가 북한으로 되돌아갔겠느냐’는 식으로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 인식도 나빠질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재입북한 탈북자는 (수십 명이 아닌) 수 명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재입북 때 공식기록을 남기지 않고 두만강 등을 헤엄쳐 들어가기 때문에 공식집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탈북자에게 전문상담사를 배치하는 등 북에 남겨진 가족을 이용한 협박 등에 시달리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널A 영상] 남한 정착 6년만에 북한행…재입북 선택한 이유는?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탈북자#북한#포섭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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