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차림 中공안 막무가내로 끌고가 강압적 조사… 처음엔 앉아서 자게 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北민주화 운동 김영환-유재길 씨 ‘中 구금 113일’ 증언

올해 3월 중국 공안당국에 구금됐다가 113일 만에 풀려난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 씨(49) 등 4명은 영문도 모른 채 막무가내로 체포된 뒤 앉아서 잠을 자는 등 강압적 분위기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21일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 기자에게 “체포될 때 공안 정복을 입은 사람은 없었고 분위기도 강압적이었다”며 “혐의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잡아갔다”고 설명했다.

‘풀려날 것이라는 생각은 언제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구금시설에서 완전히 고립돼 있어 풀려날 확신을 가진 건 아니었다”며 “몇 년 감옥에서 살 각오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영사 접견은 두 번 했지만 영사가 석방 관련 말을 할 수 없도록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막아 석방 얘기를 전달받을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부인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구금돼 있을 때 노역을 한 것 같다. 몸이 안 좋아서 쉬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씨와 함께 붙잡혔다가 풀려난 유재길 씨(43)의 친형인 무소속 유성엽 의원(52·전북 정읍)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4명은 함께 모여 회의를 한 뒤 헤어져 각자 자기 활동 지역으로 가다가 붙잡혔다고 한다”며 “동생은 운동장에 있는데 공안들이 갑자기 달려와 신분증을 보여주며 체포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 공안이 처음에는 앉아서 자게 했다”며 “하지만 고문을 하는 정도의 인권침해는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안전부(한국의 국가정보원 격) 산하 랴오닝(遼寧) 성 국가안전청은 3월 29일 이들을 다롄(大連)에서 국가안전위해죄로 체포한 뒤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의 시설로 옮겨 조사해왔다. 중국 당국은 이들을 체포한 이유, 추방 결정을 내린 배경 등을 일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어 유 의원은 “식사가 안 좋아 힘들었다고 한다”며 “아침에는 속이 없는 중국식 만두 1개와 죽을 줬고 점심 저녁은 만두와 국을 먹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 외에 3명이 구금 초기에 영사 접견을 거부했던 것에 대해서는 “처음에 중국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다 끝난 뒤(이미 체포된 뒤)에 영사 접견은 필요 없다’고 했다가 이후 계속 요구해 나중에 영사 접견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들이 ‘영사 접견 포기 각서’를 썼다는 이유로 김영환 씨에 대해서만 4월 26일 영사 접견을 허용했다. 나머지 3명의 영사 접견은 지난달 11일에야 이뤄졌다.

김 씨 등은 우여곡절 끝에 추방 형식으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중국 내 활동 기반이 무너진 것에 대해 상실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홍재 김영환석방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강신삼 씨(41) 등과 통화를 했는데 ‘상심이 크다’고 하더라”며 “10년 가까이 공들여 왔던 사업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데서 오는 아쉬움이 크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씨 등은 1998년부터 중국을 왕래하며 북한 내 민주화운동을 위해 조직 구축에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활동내용이 최근 북한이 주장한 ‘동까모(김일성 동상을 까부수는 모임)’처럼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이들의 활동은 북한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작업이지 ‘테러’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4일경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경과와 향후 활동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창규 채널A기자 nada@donga.com  
#공안#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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