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을 위한 첫 합동토론회에서 문재인 의원과 비(非)문재인 진영이 ‘참여정부 실패론’을 두고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포문은 손학규 상임고문이 열었다. 손 고문은 “참여정부는 민생경제와 재벌개혁에 실패했고 비정규직 양산과 양극화 심화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이 실패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문 의원이 참여정부의 과(過)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역시 “민주정부 10년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비정규직을 양산한 파견법과 쌍용차 노동자 22명을 죽게 한 정리해고법을 누가 개정했는지,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그리고 제주해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까지 아무도 국민 앞에 반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문 의원은 “참여정부가 정권 재창출 못한 것은 뼈아픈 일이다”면서도 “선거에 졌다고 실패한 정부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선거에 진 책임이나 원인은 다 함께 감당할 부분”이라며 “참여정부는 복지를 확대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킨 성공한 정부”라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당내 지지율 1위인 문 의원이 다른 후보들로부터 협공을 받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다른 후보들의 매서운 공격에 문 의원은 직접적 대응은 자제하면서 “당내 후보가 정해지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말로 예봉을 피해 갔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각 후보는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민주당의 경제통으로 꼽히는 정세균 의원은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의 ‘낙수경제’ 대신 정세균의 ‘분수경제’로 가면 양극화 해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상대 후보의 민생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하기 위한 탐색전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조경태 의원이 “대선후보가 되려면 최소한 서민 경제를 알아야 한다”며 문 의원과 손 고문에게 현재 휘발유 가격이 L당 얼마인지 기습 질문을 던졌다. 문 의원은 당황한 듯 미처 기름값을 말하지 못한 채 답변을 마쳤다. 그러자 손 고문은 기다렸다는 듯 “기름값은 L당 2000원 정도 된다”고 답했다.
정국 현안에 대한 ‘OX 퀴즈’에선 ‘박지원 원내대표가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해야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영환 의원과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응해야 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로도 결백이 밝혀질 수 있다”며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 당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해선 김 의원은 반대했고 문 의원과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 밖에 △2007년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 착수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금강산 관광의 즉각적인 재개 필요성에 대해선 모든 후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후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의 등장에 대해선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문 의원은 “안 원장과도 함께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지만, 손 고문은 “안정되고 준비된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로 안 원장이 불안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후보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격한 토론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후보들 간의 신경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문 의원이 손 고문의 대선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을 거론하며 “제가 후보가 되면 빌려 써도 되느냐”고 묻자 손 고문은 “제가 대통령후보가 될 것 같으니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응수했다. 정 의원은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람은 불안하고 통통배를 몰아본 사람도 안 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인 김 전 지사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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