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조만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히자 여야의 속내도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안 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는 분위기다. 대체로 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안 원장과의 결승전을 위한 마이너리그’로 여겨질까 우려하면서도 개별 의원들 사이에선 안 원장 변수가 당에 미칠 영향에 대한 셈법이 갈리고 있다.
우선 안 원장이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결국 양보할 것이라는 ‘안철수 우군론’이 나온다. 당 경선준비기획단에 참여한 한 3선 의원은 “안 원장이 민주당의 정권교체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이렇게 내다봤다. 문재인 의원을 지지하는 한 초선 의원은 “안 원장이 민주당 경선 1위 후보를 지지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이 23일 합동토론회에서 “안 원장과도 함께 힘을 합치겠다”고 한 건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의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의 파괴력이 안 원장을 압도할 것이라는 ‘민주당 필승론’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 속에 역동적 경선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 후보는 정당 조직 기반이 없는 안 원장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상임고문 측 관계자는 “경선에서 TV 토론회나 합동연설회 등을 통해 안 원장보다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선출된 민주당 후보라 하더라도 중도층을 흡수할 표의 확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안 원장을 이기기 어렵다는 ‘안철수 우세론’도 있다. 고 김근태 전 의원 지지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한 재선 의원은 “문 의원이 친노(친노무현)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안 원장을 이기기 어렵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와 손 고문도 대중적 경쟁력과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결국은 안 원장이 최종 후보가 될 것’이라며 안 원장 지지 타이밍을 노리는 ‘안철수 지지파’들도 있지만 아직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히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여권에선 안 원장이 9월 민주당 경선이 끝날 때까지는 북콘서트를 포함한 이벤트로 시간을 끌며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또 안 원장이 실제 출마를 감행하더라도 향후 그의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의원 경선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은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이 야당의 후보로서 정권교체를 책임지겠다는 거면 야당의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인데 자신이 별로 없어서 선택하지 않은 것 같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이 당을 새로 만들어서 단독 출마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대선에 승산이 있다고 느끼지 않아 용기를 낼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선택할 가능성이 적은 야권 경선 참여나 단독 출마 시나리오를 일찌감치 “자신이 없기 때문”으로 낙인찍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야권이 무소속 안 원장으로 단일화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지난해 민주당이 경선에 져서 당 정체성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정당이 또다시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