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공개된 회의에서 방탄국회 논란을 의식한 듯 검찰 수사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통합당이 다음 달 4일 임시국회 소집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7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처리해 방탄국회의 싹을 자르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26일 고위정책회의에서 국공립대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8월 국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 의장은 “법원에서 1월 국립대 기성회비 징수가 무효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8월에 있을 2학기 등록금 납부시기에 학생들이 기성회비 납부를 거부할 경우 국립대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회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과시켜 하반기부터 반값등록금을 단계별로 실현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8월 국회 소집이 절실한데도 방탄국회라며 선전하는 데 혈안이 된 새누리당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가 많은 민생법안을 경쟁적으로 제출했지만 심의조차 못하고 있는데 8월 국회를 넘어 정기국회로 간다면 국민을 속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8월 민생국회론’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밖에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 사저 특검 △9월 정기국회 전 결산심사 △9월 임기가 끝나는 헌법재판관 4명과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1명의 인사청문회 등을 8월 국회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새누리당은 이에 맞서 7월 국회 회기 중 박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다. 새누리당이 다음 달 2일 오후 3시로 예정했던 대전 지역 합동연설회를 오전 11시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경우 1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2일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것.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결산심사는 상임위원회별로 예비심사를 한 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넘어온다”며 “상임위 활동은 국회 소집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본회의는 8월 말이나 9월에 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민생법안이나 인사청문회 등은 8월 중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새누리당이 방탄국회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때문이기도 하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방탄국회가 되면 민주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가 도매금으로 욕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정치와 한발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안 원장의 지지율만 올라갈 것이란 게 새누리당의 우려다.
한편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8월 국회 소집을 이유로 26일 일본 중국출장(8월 5∼12일)을 취소했다.
이 대표는 7월 국회가 끝나고 공백기간이 생기면 상당수 의원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지체 없이 8월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정작 자신은 다음 달 5일부터 재외국민선거 홍보를 위해 출장을 떠날 예정이어서 당내에서 논란이 됐다. 당 관계자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고 출장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현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중국의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등과의 면담을 요청해놓은 상태였다. 공식 외교루트를 통해 추진해온 외국 고위인사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을 두고 외교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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