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사상 첫 낙마

  • Array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저로 인해 임명 지연” 사퇴… 나머지 3명 동의안 내주 처리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던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57·전 인천지검장·사진)가 26일 전격 사퇴했다. 2000년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이래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 대법관 후보로는 여성 법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법관 인사를 앞두고 민유숙 대전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8기)와 문영화 특허법원 부장판사(18기), 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19기) 등이 여성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7시경 ‘사퇴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국가에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의혹들에 대해 끝까지 결백함을 밝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면서도 “그러나 저로 인해 대법원 구성이 지연된다면 더 큰 국가적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아들의 병역편의, 저축은행 수사개입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부적격 시비에 휘말렸다. 또 현직 판사가 법원 내부 전산망에 “대법원이 김 후보자 임명제청을 철회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법원은 김 후보자의 사퇴 직후 논평을 내 “훌륭한 인품과 능력을 겸비한 김 후보자가 사퇴 결단을 내린 데 대해 충격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사퇴 배경에는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의 불가 기류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부터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처리 여부가 심각하게 논의됐고,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을 만난 뒤 법무부에 임명동의안 처리가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만 임명동의안 표결에 임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 與마저 등돌려… 대법관 후보자 첫 낙마

김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 결단을 내림에 따라 나머지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다음 달 1,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3일 4명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쳤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조차 채택하지 못했으며 대법관 공백 사태는 16일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4명의 후보자 모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자유투표로 처리하자고 했던 새누리당은 국회 파행의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분위기다. 사실 당내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아 자유투표를 할 경우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원내 지도부 내에선 자유투표를 통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자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그 형식이 자진사퇴이지만 부적격 인사 추천에 대한 국민과 상식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대법관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앞으로 인사청문특위에서 보고서 채택 등 정상적인 수순을 밟아 나머지 3명의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신 김창석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에서 부적격 의견을 제시하고, 고영한 후보자에 대해선 적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의 사퇴로 이제 7월 국회에선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남게 됐다. 새누리당은 2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표 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병화#대법관#사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