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에서 ‘젊은 표심’은 누구를 선택할까. 2030세대는 누구를 뽑기 위해서라기보다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심판 투표’적 성향도 강하다. 선거를 통해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웬만해선 자신의 주장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2030세대의 ‘럭비공 성향’은 선거 결과 예측을 그만큼 힘들게 만든다.
동아일보가 젊은 표심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29일 본보와 종합편성TV 채널A 대학생 인턴기자 45명을 대상으로 대선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일이 대선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15명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을, 14명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꼽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11명이었다. 세 후보 간 박빙의 승부였다.
이들에게 특정 후보를 왜 지지하고 싫어하는지 속내를 듣기 위해 세 후보의 지지자 3명씩 9명을 뽑아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인터뷰에는 권오혁(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성모(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김종기(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김지민(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김지은(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지혜(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신무경(고려대 철학과 4학년) 신진(연세대 경제학과 4학년) 추동훈 씨(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3학년)가 참여했다.
○ 내가 지지 또는 반대하는 이유
박 의원의 지지자들은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신진 씨는 “많은 여성이 박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책임감을 갖고 여성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지민 씨는 “박 의원이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삶을 살았는지 회의적”이라며 “남편이나 아이 때문에 속을 썩어본 적이 없는 분이 일반적인 여성의 삶을 이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종기 씨는 “(흑인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하나의 상징이 됐듯 박 의원도 (여성으로) 상징성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문 의원의 지지자에겐 당장 박 의원보다 안 원장이 경쟁 상대인 듯 보였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신무경 씨는 “문 의원은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국정 전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해 봤다. 안 원장을 찍는 것보다 도박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또 “정치를 하려면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지 아무런 정치 경험 없이 곧바로 대통령부터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안 원장을 겨냥했다.
안 원장을 지지하는 김지혜 씨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삶을 통해 이룬 사람이 안 원장이다. 그리고 그 성과물을 사회에 돌려줬다. 안철수 대세론이 만들어진 이유”라고 반격했다. 김성모 씨는 “기존 정치인들은 자기 얘기만 하지만 안 원장은 듣고 배우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존 정치권과 다른 점을 강조했다. 이에 신진 씨는 “안 원장이 자기를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감추려는 태도에서 기존 정치인들과 같은 기회주의적 모습을 엿봤다”며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 젊은 지지자들의 충고
박 의원이 5·16군사정변에 대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지지자들조차 거부감을 드러냈다. 신진 씨는 “아버지를 부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김종기 씨는 “박 의원의 생각이 일반적 상식을 벗어나 굉장히 실망했지만 그런 질문 자체가 연좌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씨는 “(박 의원이) 비판을 두려워하기보다 비판이 있으면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의원을 지지한다는 신무경 씨는 “(문 의원이) 민생을 구석구석 제대로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전국을 다니며 직접 사람들을 만나야지 트위터에서만 얘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트위터 서생 노릇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지지자인 김성모 씨는 “이제는 (안 원장이) 숨어서 공부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정치권과 연계해 구체적 사안에 대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젊은층은 새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소통과 국민통합(21명), 일자리 창출(13명)을 꼽았다. 하지만 곧바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았다. 신무경 씨는 “일자리 창출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어디서 일하든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진 씨는 “경청과 덕담은 ‘희망팔이’에 지나지 않는다. 치열하게 고민해 해법을 내놓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은 씨는 “정치권 모두 솔직하지 않다. 복지가 화두니까 서로 더 ‘센 걸’ 내놓겠다고 경쟁하는데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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